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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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코리안 드림’ 짓밟는 야만으론 일등국가 어림없다

우리 사회는 어제 착잡한 심정으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보냈다.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멸시가 사회 곳곳에 만연한 까닭이다. 외국인 노동자와 시민단체 회원들은 서울 도심에서 이주 노동자들의 직장 변경을 제약하고 단속과 추방을 반복하는 정부 정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도 이주민 인권 증진과 인종 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어제 집회에선 외국인 노동자들의 한 맺힌 절규가 쏟아져 나왔다. 베트남 출신의 노티텀씨는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더라도 회사에서 ‘너희 나라로 돌려보내겠다’고 협박해 신고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를 찾은 한 노동자는 “공장에서 사장이 ‘이 새끼, 저 새끼’라고 부른다. 이주노동자들이 ‘안녕하세요’ 다음으로 배우는 한국말이 ‘이 새끼’라는 말이다”라고 토로했다. 열심히 일하고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거나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위에 적지 않다. 어제의 폭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이들에 대한 차별은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조사에서도 여실이 드러난다. 여성가족부가 성인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다문화 실태를 조사했더니 성인의 다문화 수용성지수는 100점 만점에 53.95점으로 거의 낙제점이었다. 국내의 다문화 인구가 100만명에 근접하고 있지만 이주민 기피현상은 아직 그대로인 셈이다. 외국인에 대한 적대감도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 ‘외국인 노동자와 이민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이 31.8%나 됐다. 미국 13.7%, 스웨덴 3.5%와 비교하기조차 부끄럽다. 2010∼2014년 세계 사회학자들이 조사한 ‘다른 인종에 대한 수용성’ 역시 한국은 59개국 중 51위였다.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메워주는 경제의 한 축이다.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풍토라면 양질의 노동력 유입은 일어날 수 없다. 이주민들을 포용하는 일은 이들의 출신 국가와 우의를 다지는 민간 외교와도 같다. 세계로 퍼져나가는 한류 바람에도 긍정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들의 ‘코리안 드림’이 짓밟히는 현실이 계속되는 한 일등시민 일등국가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