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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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물 해외 유통 실태] 낙찰 못 받아도 유물 소재 파악 큰 성과

1960년대 유출 범어사 ‘칠성도’/ 꾸준한 모니터링 덕에 5폭 환수
1861년 제작된 부산 범어사 극락암의 ‘칠성도’는 1960년대 해외로 유출됐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지난해 7월. 앞선 5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모니터링에 포착된 게 단초였다. 하지만 극락암에 걸려 있던 칠성도 전부가 돌아온 것은 아니다. 원래 11폭이었는데 이 중 3폭이 스위스 경매사에 나왔고, 재단과 범어사가 힘을 합쳐 6만5000프랑에 낙찰받아 들여왔다. 나머지 8폭은 어디에 있고, 환수는 가능할까. 

11폭으로 구성되었던 범어사 칠성도의 가운데 폭. 아랫부분에 그림의 유래를 밝힌 화기가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 미술관에 2폭이 보관되어 있다. 여기에 있는 그림은 원래 출처나 제작시기를 몰랐었는데, 스위스에서 환수한 칠성도에 ‘화기’(畵記·작가와 제작연대 등 그림의 유래를 밝힌 부분)가 있어 범어사 칠성도의 한 부분이었음을 확인했다. 또 다른 2폭이 지난해 9월 국내의 한 경매에 출품돼 낙찰된 후 범어사에 기증됐다. 11폭 중 5폭이 원래 있던 것으로 돌아갔고, 2폭은 소장처가 파악된 것인데 나머지 4폭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경매에 나왔는데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쳐 낙찰을 못한다고 해도 유물의 소재를 파악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낙찰자와 다시 협상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매 정보 제공에 소극적인 경매사가 낙찰자를 알려주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의 환수 의사를 경매사를 통해 전달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해외의 한국유물 유통 현황을 파악하는 게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구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