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부 김모(57)씨는 요즘 장을 보러 집 근처 마트에 들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김씨는 "양파 10㎏와 대파 한 단을 사면 1만5000원이 나온다"며 "순간 가격을 착각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설 명절이 지나고도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 나가고 있다"며 "'물가 폭락'이란 뉴스를 접할 수 있는 날이 과연 올까 싶다"고 하소연했다.
올해초 다시 0%대로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만에 다시 1%대로 복귀했다. 생활물가와 신선식품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뛴데다, 서비스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24일 통계청의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1.3% 올랐다. 2014년 12월부터 11개월째 0%대를 지속하다 작년 11월(1.0%)과 12월(1.3%) 1%대로 올라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1월 다시 0%대로 내려갔지만 지난달 1%대를 회복했다.
◆"내 월급 빼곤 다 올랐다?"
유가 하락 폭이 줄어 석유류 제품 가격은 1년 전보다 8.0% 감소, 하락 폭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전체 물가상승률에서는 -0.32%p의 기여도를 보였다. 서비스물가 상승폭은 2012년 1월(2.5%)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았던 1월과 마찬가지로 2.4%를 나타냈다.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1.8%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2.0% 높아졌다. 생활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0.9% 올랐다. 2014년 7월(1.4%) 이후 19개월 만에 최고치다.
신선식품지수는 9.7% 올라 2013년 1월(10.5%) 이후 3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신선식품은 어패류를 비롯 배추·상추·사과·배 등 서민들이 자주 사는 물품이지만,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 중 차지하는 비중이 약 4%에 그쳐 실제 물가 상승률에는 크게 반영되지 못했다. 즉, 물가 상승률과 체감 물가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 있다.
◆양파·배추·마늘값 폭등 수준으로 치솟아
통계청은 "석유류 가격 하락폭이 축소된데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서비스 가격 상승 등의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
이어 "농·축·수산물은 지난달 한파와 폭설로 공급이 줄고 설이 끼면서 수요는 늘고 조업 일수가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며 "서비스는 시내버스 요금 등을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다"고 덧붙였다.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보다 5.6% 상승했고 공업제품은 0.2% 하락했다. 전기·수도·가스 요금은 8.0% 하락했다. 집세는 2.9% 올랐고 공공서비스와 개인서비스는 각각 2.2%, 2.4% 상승했다.
개인서비스는 2012년 2월(2.6%) 이후 48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세부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에선 양파가 118.6% 급등했고 △파(83.8%) △배추(65.5%) △마늘(48.9%) △무(43.7%) 등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전세는 1년 전보다 4.1% 올랐고 월세는 0.4% 상승했다. 공공서비스중에서는 △하수도요금(22.8%) △전철요금(15.2%) △시내버스요금(9.6%) 등의 상승폭이 컸고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2.6% 내렸다.
개인서비스에서는 소주값이 11.4%, 학교 급식비가 10.1% 뛰었고 가스연결비(-14.8%)와 국내항공료(-5.0%)는 하락세를 보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