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우리나라를 뒤흔든 AI 기술은 세계적인 IT 기업 구글의 미래전략 중 지극히 일부분이다. 구글은 풍력·태양광 등 청정에너지 기술개발에 이제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했고, 앞으로 총 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13년 12월에는 로봇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등짐을 지고 산길을 오르는 나귀같이 생긴 로봇 ‘빅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기업이다. 한 달 후인 2014년 1월에는 홈 오토메이션 회사 ‘네스트랩’을 3조4000억원에 인수한다.
원유집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 |
미래창조과학부의 지능정보기술(AI 개발 SW로 대표되는 ‘지능’에 빅데이터 등 ‘정보’를 결합한 것) 1조원 투자가 발표된 이즈음 진짜 중요한 숙제가 남았다. 투자 효율의 극대화이다. 우선 선행돼야 하는 것은 소프트웨어(SW) 연구개발(R&D)에 적합한 제도, 프로세스 개선, 그리고 교육에의 투자다. 이제까지 SW R&D는 단기성과에 급급해 왔다. 이는 1960년대식 제조업 패러다임이다. 로드맵 설정, 중간보고, 연말보고, 예산 적정집행 확인 등 계속 확인하고, 들여다보고, 들추고, 뒤집는다. 초미세관리와 경직된 제도하에서 정부의 야심찬 지능정보분야에의 투자가 얼마나 유효할지 의문스럽다. 50년 이상의 관(官) 주도 산업화, 그 성공의 끝자락에는 불행히도 비대한 규정과 기존기업의 기득권 카르텔만 남았다. 6000억원짜리 딥마인드를 탄생시킬 수 있는 창조기업 육성 에코시스템은 어디에도 없다.
초일류기업의 R&D 투자 및 인수합병(M&A) 규모는 우습게 수천억원 단위를 넘나든다. 투자규모면에서 우리네 R&D가 객관적 화력에서 크게 열세다. 다행히도 SW분야의 R&D는 투자규모의 전쟁이 아니다. 승산이 있다. SW분야는 천재 1명이 1000명을 당해낼 수 있다. ‘모나리자’도, ‘전쟁과 평화’도 모두 한 명의 작품이다. 음악·미술·문학은 창조라는 측면에서 SW와 본질적으로 특성을 같이한다. 제대로 된 SW 교육과정과 R&D 프로세스, 창업 에코시스템이 갖추어지면 수백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투자는 그다음이다.
SW교육 돌풍이 불고 있다. 초중고에서 SW가 정규교과목으로 편성되고, SW교육에 특성화된 대학 커리큘럼이 생겨나고 있다. 수년 후 SW 유전자로 프로그래밍된 특전사급 인력이 사회로 배출될 것이다. 유능한 인력을 조직의 생산성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정책입안자, 경영자, 관리자의 몫이다. 두세 번씩 확인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좌불안석 뒤집는 것은 그만하자. SW R&D 성과를 위해서라면 이제 충분히 시간을 주고, 믿고 맡기고, 기다려 보자.
원유집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