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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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철갑탄에 뚫리는 방탄복 특혜 도입

입력 : 2016-03-23 19:47:26
수정 : 2016-03-23 22: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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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장교들 방산업체 재취업하려 성능 미달 3만5000여벌 군 보급… 감사원, 2명 징계요구·수사요청
북한군 철갑탄에 관통되는 방탄복 비리와 관련해 국방부가 철갑탄을 막을 수 있는 방탄복을 개발하고도 특정 업체의 로비를 받고 군 장병의 목숨에 치명적일 수 있는 성능 미달의 일반 방탄복 3만5000여벌을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23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전력지원물자 획득비리 기동점검 감사결과 브리핑에서 한 관계자가 철갑탄 방탄성능 시험으로 전면이 관통된 방탄판과 완전 관통된 방탄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
감사원은 23일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 5개 기관에 대한 전력지원물자 획득비리 기동점검 결과, 방탄복 지급 비리 등 11건의 문제를 적발해 관련자 2명의 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전직 장성 3명, 영관급 장교 5명, 공무원 2명, 업체 관계자 3명 등 총 13명의 수사를 의뢰하거나 수사자료를 제공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2010년 11월 28억원을 들여 북한군 철갑탄을 막을 수 있는 액체방탄복 개발에 성공했다. 예비역 육군 소장으로 국방부 1급 공무원으로 있던 A씨(현재 퇴직)는 방탄복 조달 업무를 담당하면서 방산업체의 일반 방탄복 납품 청탁을 받고 국방부의 철갑탄 방탄복 구매 계획을 철회한 뒤 이 업체에 방탄복 30만8000여벌의 독점공급권을 부여했다. 국방부는 2014∼2015년 이 업체와 260억여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해 일선 부대와 해외 파병 부대에 3만5200여벌의 일반 방탄복을 지급했다.

A씨는 대가로 아내를 이 업체 계열사에 위장취업시켜 3900여만원을 받았다. 또 전직 육군 영관급 장교 B씨는 이 업체에 국방부 내부 정보를 제공한 뒤 5100만원을 받았으며 전역 이후에는 해당 업체 이사로 재취업했다. 육군사관학교 화랑대연구소는 이 업체에 시설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특혜를 제공했고, 육사 전 교수 C씨는 허위 시험성적서를 발급해주고 금품을 받기도 했다.

감사원은 2008년 2월∼2014년 5월 해당 업체와 계열사에 29명의 육군 전직 장교 등이 재취업을 했고, 이 가운데 9명은 계열사에 소속을 두고 취업심사를 회피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9명의 명단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통보했으며, 국방부에는 해당 업체에 부여한 방탄복 독점공급권을 취소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밖에 방사청 육군 장성 D씨가 신형 방탄헬멧 입찰 과정에서 1순위 업체를 상대로 2순위 업체에 36억원 규모의 납품권을 양보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뒤 전역 후에는 2순위 업체에 재취업해 4개월 동안 4600여만원을 받은 사실을 적발했다. 또 다른 방사청 육군 장성 E씨 등 3명은 헬멧 부속품 입찰 과장에서 1순위 업체를 부당 감점해 탈락시킨 뒤 후순위 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김채연 기자 w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