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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기자의와인홀릭] 교황청 미사주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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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부활절에 예쁜 색을 칠한 달걀을 얻으려고 교회에 나간 기억이 나네요. 국내 개신교회는 부활절 성찬식 때 대부분 포도 주스를 사용하지만 가톨릭은 레드 와인을 쓴답니다. 바로 이 와인을 미사주라고 부르지요.

그런데 교황청 미사주는 자격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요. 고대 로마제국 시대에 제정된 교회법령에 따라 반드시 순수하고 성스럽게 제조된 와인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교황청 미사주는 다른 물질을 일절 섞지 않고 100% 포도로 제조한 와인만 사용합니다.

통상 와인을 만들 때 인공 효모와 보존을 위한 무수아황산이 첨가됩니다. 이 때문에 교황청 미사주는 자연 효모를 사용하는데 이를 지킨 와인이 현재 교황청 공식 미사주인 ‘알렐루야(Alleluja·사진)’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7년 법령을 완벽하게 따른 새로운 미사주의 필요성이 부각되자 미사주 연구그룹을 만들게 됩니다. 성직자, 교회역사학자, 와인양조교수, 양조전문가들은 오랜 연구를 거쳐 1998년 알렐루야를 세상에 선보입니다.

알렐루야는 이탈리아 최상급 생산지로 손꼽히는 북부 아스티 지역의 유명 와이너리 카사 브리나에서 수확된 포도로 생산합니다. 이탈리아 토착품종인 모스카토 디 카넬리 품종 100%로 만들며 순수한 맛과 향이 뛰어나지요. 16도지만 알코올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고 향기로운 꽃 향과 은은한 단맛을 지닌 점이 특징이랍니다. 특히 미사주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거나 상하지 않아야 한다는 법령에 따라 오픈한 뒤 보름 이상 지나도 변함없는 맛이 잘 유지됩니다. 알렐루야는 이탈리아 살레시오회 성당에서도 사용 중입니다.

다른 미사주도 있어요. 예수의 고향인 베들레헴의 유일한 포도원 크레미산에서 살레시오회 소속 수도원에서 수사들이 직접 만든 레드와인 ‘가나의 혼인잔치(Cana Wedding Wine)’랍니다. 와인 수입으로 얻은 수익금은 성지의 어려운 어린이 교우들을 위해 사용된다는군요. 교황청 미사주는 지난해 12월부터 국내에 수입 중이고 베들레헴 미사주도 조만간 수입 예정입니다. 마침 27일 일요일은 부활절이네요. 교인이 아니더라도 부활절을 기념해 미사주 한잔하는 건 어떨까요.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