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왼쪽) 대표가 25일 무공천 지역 5곳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도착해 당 대표실로 가려하자, 기다리고 있던 이인선 예비후보(대구 수성을)가 김 대표를 제지하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를 열어 김 대표가 공천안 의결을 보류한 지역구 5곳 중 2곳과 재공모 지역구 1곳에 대해 공천을 추인했다. 대구 친박계인 정종섭(동갑), 이인선(수성을), 추경호 후보(달성)가 공천을 확정했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공천 효력이 정지됐던 이 후보는 이날 재공모를 거쳐 다시 단수 추천됐다.
이번 공천 결과는 파국을 피하기 위한 김 대표와 친박계의 정치적 타협이라는 분석이다. 김 대표가 친박계 후보 3명의 공천을 보장하는 대신 비박계 거물인 유, 이 의원의 유일한 범여권 후보 출마 길을 터준 것이다. 보류 지역구 5곳 사수를 외치며 ‘옥새 투쟁’을 벌였던 김 대표에게도, 유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려 했던 친박계와 박 대통령에게도 ‘상처만 남긴 봉합’으로 평가된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오른쪽)가 25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친박(친박근혜)계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서청원(가운데)·김태호 최고위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긴급 최고위원회 소집요구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이날 최고위 결정으로 단수 추천됐던 이재만(대구 동을), 유재길(서울 은평을), 유영하 후보는 이번 총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유 후보가 낙천함에 따라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 출마한 김영순 후보가 사실상 범여권 후보가 됐다. 송파구청장을 지낸 김 후보는 옛 민주계 출신으로 김 대표와 가깝다.
김 대표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당의 갈등을 봉합하고 파국을 막기 위한 대표의 고뇌에 찬 결단”이란 입장을 밝혔다고 김학용 대표비서실장이 전했다. 김 대표는 “잘못된 공천으로 민심이 이반돼 수도권 선거가 전멸 위기 상황”이라며 “당 대표로서 잘못된 공관위 결정에 정면으로 맞서 내용과 절차가 명백히 잘못된 3곳을 무공천으로 관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낙천한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에 대해서는 “이미 최고위 의결이 있었기 때문에 구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유영하(서울 송파을), 정종섭(대구 동구갑), 류재길(서울 은평을), 추경호(대구 달성·왼쪽부터) 예비후보들이 2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김무성 대표의 5개 지역 무공천 방침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오후 최고위 결정에 따라 정,추 후보는 공천이 확정됐다. 이제원 기자 |
이날 출마가 좌절된 후보들은 당의 결정에 반발했다. 이재만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가 설마 이런 식으로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고 정말 분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류 후보도 “도저히 수용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라며 “가능한 모든 대응수단을 찾아볼 것”이라고 했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