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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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가 주는 손실… 사회적 비용 연간 최대 76조

이화여대 연구팀 논문서 직·간접 부담 첫 추산
한국 사회가 아동학대로 연간 치러야 할 비용이 최대 76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 아동학대 관련 경제적 분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화여대 김수정 박사후연구원과 정익중 교수(이상 사회복지학) 연구팀은 27일 ‘아동학대의 사회경제적 비용 추계’ 논문을 통해 아동학대로 인해 한국 사회가 부담한 연간 비용은 최소 3899억원(2014년 기준)에서 최대 76조2909억원(2011년 〃)이라고 밝혔다.

비용의 최소치와 최대치 격차가 큰 이유는 실제 학대 피해를 당했다고 신고된 아동과 학대 피해가 의심되는 아동의 비율에 큰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2014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피해 사례는 전체 아동의 0.11%인데, 2011년 보건복지부와 숙명여대의 ‘전국 아동학대 실태조사’에서는 아동학대 의심 비율이 전체 아동의 25%에 달했다. 실제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지만 관련 당국에 신고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아동학대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을 직접비용과 간접비용으로 구분해 산정했다. 직접비용은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관련 기관의 아동보호 서비스와 기타 기관의 아동보호 비용, 각종 병원비 등이 포함됐다. 간접비용에는 피해 아동의 정신적 후유증에 따른 진료비와 성인이 되어 살아갈 때 겪는 어려움, 부모의 불화 등에 따른 각종 생산성 저하 비용 추정치가 담겼다.

항목별로는 향후 피해 아동과 부모가 겪을 생산성 저하와 미취업·실직 등 고용과 관련한 비용 손실이 45조586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자살 및 정신질환 등 건강 관련 비용(8조7010억원)과 의료비(8조262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렇듯, 아동학대에 따른 사회적 부담이 막대한데도 정부가 올해 책정한 아동학대 방지 관련 예산은 372억원에 불과하다. 연구팀이 내놓은 최소치의 9.5%, 최대치의 0.05% 수준이다. 이 때문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국 56곳에 불과하고, 소속 상담원도 522명밖에 안 돼 상담원 1명당 아동 1만8000명을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수정 박사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부족해 아동학대가 제대로 발견되지 못하고 있다”며 “아동학대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피해의 규모를 실제적으로 인식하고 예방과 치료를 위해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