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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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후변화 대응, 세계시민 에너지가 필요하다

지난해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 기간인 12월5일, 세계적인 경제지인 포브스는 ‘서울이 핵발전을 막는 새로운 방법을 가르쳐준다’란 제목으로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기 정책과 사업을 소개했다. 원전하나줄이기란 이름이 시사하듯이 정책의 목표는 원전을 줄여가는 데 있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보다 궁극적으로 기후변화와 원자력발전의 위험에서 벗어나고 서울이란 도시의 에너지 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 있다. 또 다른 지역으로 에너지 생산의 책임과 위험을 전가하지 않기 위해 에너지 소비 패러다임을 바꾸고 에너지를 통해 공동체를 복원하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의 직접적인 배경이 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5년이 됐다. 원전이 위험하다고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기에는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재앙이 너무 크다. 변화시켜야 할 것은 바로 우리의 에너지 소비 패턴이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에서 에너지의 3분의 2가 소비되고 있고 온실기체의 70%가 도시에서 배출되고 있어 도시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로 그 점에서 포브스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기간 동안 거대한 도시 ‘서울’의 변화에 주목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환경에너지정책학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여가면서 우리가 쓰는 에너지를 되도록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해 가는 에너지 전환, 그것이 답이 돼야 한다. 그리고 그런 변화를 취약계층을 배제하고 희생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일정 수준의 에너지 서비스를 함께 누리도록 에너지를 나누고 마을 단위부터 에너지 자립을 추구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는 것이기에 이 자체가 하나의 실험이다. 서울시가 2012년 4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은 에너지 절약과 효율적 이용, 신·재생 에너지 확대로 2014년 말까지 원전 한 기가 공급하는 200만TOE(석유환산톤)의 에너지를 줄이자는 목표를 내걸었는데, 당초 예상보다 6개월 앞당겨 목표를 달성했다. 그 기간 전기와 석유, 가스 소비가 전국적으로 늘어난 것과 달리 서울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제 서울은 2020년까지 원전 2기 분량인 400만 TOE 감축, 전력자립도 20% 달성, 이산화탄소 1000만t 감소를 목표로 원전하나줄이기 2단계를 진행 중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베란다에는 서울시에서 설치비의 절반 정도를 지원 받은 미니태양광발전 시설이 설치돼 있다. 적은 양이지만 나 역시 전기를 직접 만드는 ‘생산자’가 됐다. 집 안의 전구를 발광다이오드(LED)로 바꾸고 곳곳에 멀티탭을 설치해 전기 소비를 줄이고 있다. 이 같은 작은 실천으로 우리집은 전력자립도가 높아졌고 원전하나줄이기에 동참한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이런 변화가 더 많은 가정에서 이루어진다면, 서울을 넘어 더 많은 도시에서 이런 변화를 함께 만들어간다면, 원전 위험이나 기후변화 위험을 그만큼 줄여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런 역사적 변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원전하나줄이기 성과의 비결을 묻는 해외도시 시장에게 ‘시민이 에너지’라고 답했듯이 변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바로 우리 시민이다. 우리가 나서자, 시민이 나서자!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환경에너지정책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