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의 직접적인 배경이 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5년이 됐다. 원전이 위험하다고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기에는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재앙이 너무 크다. 변화시켜야 할 것은 바로 우리의 에너지 소비 패턴이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에서 에너지의 3분의 2가 소비되고 있고 온실기체의 70%가 도시에서 배출되고 있어 도시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로 그 점에서 포브스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기간 동안 거대한 도시 ‘서울’의 변화에 주목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환경에너지정책학 |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는 것이기에 이 자체가 하나의 실험이다. 서울시가 2012년 4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은 에너지 절약과 효율적 이용, 신·재생 에너지 확대로 2014년 말까지 원전 한 기가 공급하는 200만TOE(석유환산톤)의 에너지를 줄이자는 목표를 내걸었는데, 당초 예상보다 6개월 앞당겨 목표를 달성했다. 그 기간 전기와 석유, 가스 소비가 전국적으로 늘어난 것과 달리 서울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제 서울은 2020년까지 원전 2기 분량인 400만 TOE 감축, 전력자립도 20% 달성, 이산화탄소 1000만t 감소를 목표로 원전하나줄이기 2단계를 진행 중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베란다에는 서울시에서 설치비의 절반 정도를 지원 받은 미니태양광발전 시설이 설치돼 있다. 적은 양이지만 나 역시 전기를 직접 만드는 ‘생산자’가 됐다. 집 안의 전구를 발광다이오드(LED)로 바꾸고 곳곳에 멀티탭을 설치해 전기 소비를 줄이고 있다. 이 같은 작은 실천으로 우리집은 전력자립도가 높아졌고 원전하나줄이기에 동참한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이런 변화가 더 많은 가정에서 이루어진다면, 서울을 넘어 더 많은 도시에서 이런 변화를 함께 만들어간다면, 원전 위험이나 기후변화 위험을 그만큼 줄여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런 역사적 변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원전하나줄이기 성과의 비결을 묻는 해외도시 시장에게 ‘시민이 에너지’라고 답했듯이 변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바로 우리 시민이다. 우리가 나서자, 시민이 나서자!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환경에너지정책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