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기고] 대입, 왜 학생부종합전형인가

지금까지 추진된 수많은 대입제도 개혁이 의도한 만큼의 성공은 거두지 못한 채 변화에 대한 피로감만 안겨준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입시 준비에만 초점을 맞출 뿐 학교 교육의 본질에 다가가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이제 대학입시는 학교 교육을 출발점으로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중등교육과 대학입시의 심리적·제도적 단절을 해소하고, 대입전형을 ‘선발’이 아니라 ‘교육적 연계’라는 시각을 확산시키는 데 치중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적 본질을 반영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이 전형은 지원자 자신이 꿈을 다듬는 데 어떤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를 어떻게 만들어 냈으며, 앞으로 그의 모습이 어떨지를 따져보는 선발 방식이다. 특히 다음과 같은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첫째, 개인의 역량과 경험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에 타인과의 비교에 의존하는 ‘줄 세우기식 경쟁’을 완화시켜준다. 주목할 만한 소양과 특기를 차근차근 쌓아온 학생이라면 누구나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
둘째, 다양한 지역과 계층의 학생들이 입학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지원자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줬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기에 다른 전형보다 어려운 여건의 학생들이 합격하기 쉽다. 실제로 2016학년도 서울대 일반고 합격생의 비중을 보면, 정시는 47.5%인 데 비해 수시는 50.6%로 높다. 군 소재지 고교 출신 합격생도 정시는 28명이지만 수시는 139명에 이른다. 세간의 오해와 달리, 산간벽지나 섬 지역에서 자라 오직 학교 공부만으로 서울대에 진학한 히든챔피언형 인재들은 거의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학한다.

셋째, 고교와 대학이 평가권을 나누는 점도 큰 장점이다. 학교가 평가한 내용을 대학이 해석을 하는 방식이기에 대입전형에서 민감하게 여기는 평가권의 균형이 잘 이뤄져 있다. 학교와 대학이 연계해 국가·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협력적으로 키워보자는 합의가 암묵적으로 형성돼 있는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의 질적 향상이 동반돼야 한다. 특히 교실 수업이 강의와 협동학습 및 탐구활동을 조화롭게 운영해 교사가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관찰하고 이를 학생부에 바르게 기록하는 체제가 자리 잡아야 한다. 아울러 대학입시를 겨냥한 보여주기식 비교과 활동이 아니라 학생이 교실 수업과 연동해 관심사를 스스로 확장해 가는 방식의 교과 외 활동이 바람직하다. 사교육 업체 등을 통해 이른바 ‘관리된 스펙’이 막연히 서울대 입시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제대로 자리 잡으면 우리나라의 오래된 걸림돌인 ‘자존심’ 중심 교육이 ‘자존감’ 중심 교육으로 바뀌어 갈 것으로 보인다. 자존심이 남과의 비교를 통해 더 높은 위치를 확보하도록 압박하는 반면, 자존감은 다른 학생을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의 세계를 차분하게 만들어가는 내적 근력을 키워준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정착을 통해 학생들이 가장 자기다운 모습을 갖춘 인재로 성장해 가고 그 결과가 대학진학으로 이어지는 교육 생태계가 무르익어 가길 기대한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