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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서 요구… 급우들에 '왕따'… 갈 곳 없는 자폐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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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00명 이상 급증… 작년 1만명 넘어서
“무슨 일이 생기면 어머니가 책임진다는 각서를 써 달라.”

자폐성장애1급인 중학교 3학년 아들을 특수학교에 보내고 있는 김모(49·여)씨는 지금도 5년 전 일이 가슴에 사무친다. 서울 강남의 한 일반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이 4학년이 됐을 때 새 담임교사는 아이를 맡은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김씨에게 “얘는 도저히 내가 통제할 수 없다”며 각서를 요구했다. 아이가 수업 시간에 소리를 내거나 갑자기 일어나기도 해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김씨는 “딱히 몸이 불편한 곳도 없어 초등학교는 일반학교에서 졸업시키고 싶었지만, 결국 강제 전학당하다시피 특수학교로 옮겼다”고 말했다.

김씨 아들과 같은 자폐학생이 매년 급증하고 있으나 이들을 보듬을 학교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보니 일반학교에 다니면서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여서 성장기에 정서적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는다.

1일 교육부에 따르면 자폐성장애학생은 2011년 6809명에서 2012년 7922명, 2013년 8722명, 2014년 9334명 등 매년 약 1000명씩 증가했으며, 지난해 1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장애학생 중 자폐학생 비율 역시 크게 늘어 2011년 8.2%에서 지난해 11.4%를 차지했다.

자폐증은 발달장애 중에서도 사회성이 취약한 정서장애에 해당한다. 자폐학생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라 원하는 대로 특수학교 또는 일반학교를 택해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정책적으로는 장애, 비장애학생들이 함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통합교육도 지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폐학생 부모들은 대체로 초등학교까지는 일반학교에 보내고, 중학교 등 상급학교는 특수학교에 보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일반학교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통합교육을 받게 하고 싶어도 교사의 포기, 전학 권유, 급우들의 따돌림 등이 비일비재해 녹록지 않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자폐학생이 반 친구의 폭행으로 멍투성이가 된 일이 알려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런 현실 때문에 특수학교로 쫓기듯 발길을 돌리지만 특수학교는 턱없이 부족하다. 자폐학생은 전체 장애학생 중 11%를 넘어섰지만, 자폐학생이 다니는 정서장애학교는 전체 특수학교 중 4.2%(7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서장애학교의 지역편중도 심각하다. 전국 7개 학교 중 3곳은 서울에 있고, 모두 강남·송파구에 몰려있다. 서울의 한 정서장애학교 학부모인 A씨는 “학교에는 강서구에서 오는 아이들도 많은데, 이 아이들은 통학에 2시간 넘게 걸린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자폐성장애학생 상당수는 정신지체학교에 다닌다. 정신지체를 동반한 학생은 관계없지만 자폐성장애만 가진 학생도 긴 통학거리를 감당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정신지체학교에 보내지는 것이다.

자폐성장애 2급 아들을 두고 있는 박모(46·여)씨는 2년 전부터 아들을 서울 강북지역의 한 정신지체학교에 보냈다. 박씨는 “중증이 아니고 문자해독이나 의사소통도 다 가능해 웬만하면 일반학교에 계속 보내고 싶었지만 학부모 모임 때마다 다른 엄마들 눈치가 보여 고심 끝에 특수학교를 찾았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책임떠넘기기에 급급하다. 학부모들의 선택이니 문제될 게 없다는 인식도 보인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통합교육을 하는 학교에 지원을 늘리고 교사 연수도 시행 중”이라며 “특수학교 신설 문제는 각 교육청이 수요를 고려해 해결할 문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 교육청 관계자는 “특수학교를 짓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님비현상 탓”이라며 “교육청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군부대 짓듯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지역 차원에서 님비현상을 넘어서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자폐학회장인 박현옥 백석대 교수는 “자폐증은 좋은 교육에 따라서 완화될 수 있는 만큼 특수교사 충원, 시설 지원, 학교 구성원들의 인식 개선을 뒷받침해 교육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