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인 허모(68)씨는 지난해 5월 돌연 이름을 바꿨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브로커 김모씨가 “경기 파주시에 당신과 같은 성(姓)을 가진 사람이 2만5000㎡ 규모의 임야를 소유하고 있는데, 당신이 개명한 뒤 그 땅을 매매하는 데 성공하면 수고비로 2억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해당 임야는 공시지가로만 60억원에 달했다.
이후 허씨는 또 다른 공범 2명이 유인한 김모(39)씨와 유모(47)씨에게 땅 주인 행세를 했다. 그는 공시지가의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16억원에 해당 임야를 팔겠다”며 김씨와 유씨에게서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계약금으로 2억원씩 받아 냈다. 허씨는 4억원 중 1억5000만원을 챙겼고 나머지는 브로커 김씨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피해자들은 별 의심 없이 허씨에게 거액을 건넸다고 한다. 허씨가 피해자들과 함께 주민센터에 가서 토지 등기부등본과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았기 때문이다. 허씨의 범행에는 법무사 사무장도 동원됐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6일 허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1억5000만원은 빚을 갚거나 유흥비와 법무사 사무장 수고비 등에 썼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1984년 7월 이전 등기부 등본의 경우 토지 소유자의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허점을 악용한 범행”이라며 “이 같은 피해를 예방하려면 매입할 토지를 직접 방문해 현지 주민이나 부동산 중개인 등을 통해 실제 소유자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경찰은 브로커 김씨를 비롯한 공범 3명을 쫓고 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피해자 2명에게서 4억원 챙겨 / 60대 사기 혐의 구속… 공범 추적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