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서는 남의 눈을 의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젊은 층의 노력마저 멈추게 해 사회적 손실이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의식높은계는 학교생활 또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을 뜻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말이 앞서며 잘난 채 하는 사람을 비꼬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기자와 신문은 전자로 봤지만 최근에는 후자의 의미가 강하다)
안보관련법 폐지 시위에 나선 일본 청년들. (사진= 아사히신문 캡처) |
일본 기후현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호즈미양은 “도쿄에서 학생과 국회의원을 만나 토론하는 자리인 '우리들의 한 걸음이 일본을 바꾼다'에 참석했다가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의식높은계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호즈미양은 "'우리들의 한 걸음이 일본을 바꾼다'는 슬로건에 작지만 목소리를 내고 싶어 참여했지만 바뀐 것은 전에 없었던 친구들의 비아냥"이라며 후회된다고 말했다.
또 보육원 아이들을 지원하는 NPO법인 '키즈문'의 와타나베 유미코(渡辺 由美子·51) 이사장은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주겠다고 온 학생이 의식높은계라는 소문이 퍼지자 자원봉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며 “좋은 일을 하면 비난받는 잘못된 문화가 지금도 만연하다“고 아쉬워했다.
이를 두고 많은 해석이 나왔지만 '다른 아이들의 눈에 거슬린 것'이라는 의견과 '졸업 후 취업지원을 받을 목적'이다 등 곱지 않은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키즈문 측은 봉사활동을 한 학생들을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취업지원을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통계로도 나타나 2013년 일본 내각부가 13세에서 29세 젊은 층을 대상으로 '나의 참여로 사회현상이 바뀐다고 생각하나‘라는 설문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30.2%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한국에서도 같은 설문을 한 결과 일본이 가장 낮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원봉사에 참여를 호소해도 사람이 모이지 않고, 5년 전 약 300명이었던 자원봉사학생들이 지금은 10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와타나베 이사장이 말했다.
의식높은계가 사람을 무시하기도 한다며 비꼬고 있다. (사진= 차트 프레스 캡처) |
'나의 참여로 사회현상이 바뀐다고 생각하나'라는 설문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30.2%로 나타났다. 한국은 39.2%로 일본보다 높다. (자료= 일본 내각부 조사) |
비즈니스저널은 칼럼을 통해 '학교는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의식높은계의 의견을 전했다. 그들은 집단따돌림을 시작으로 서열화, 주입식 교육, 폐쇄성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공부는 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했다. 실제 일부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검정고시 등을 통해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을 인정받고 있었으며 대학진학, 취업, 유학 등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또 전화, 채팅,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지금 집단생활에 의문을 갖게 하고 "누구도 학교의 필요성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을 순 없다"며, 현재 "학교 교육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등교거부와 관련한 책이 다수 발간됐다. (사진= HMV 캡처) |
근본적인 문제는 획일적인 기준에 맞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남의 시선을 의식해 소신껏 행동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로 누군가를 돕거나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노력이 힘든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