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와 19대 총선에서 이곳에서 승리한 후보의 정당이 동북권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했다. 거기에 이번 20대 총선에서 성북을은 현역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신계륜 의원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됐다. 여야 모두 중량급 인사를 배치하며 공을 들이는 이유다.
일여다야(一與多野)로 구성된 판세는 초반 여당에 유리한 듯 보였지만 점차 야권표 결집 및 여권표 분열로 혼전상태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성북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김효재,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국민의당 김인원 후보(왼쪽부터)가 7일 오전 출근길 유세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성북을에서는 김효재 후보와 기동민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 중이다. 남정탁 기자 |
새누리당은 이 지역에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효재 후보를 공천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김 후보는 대표적인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다. 새누리당은 이 지역을 격전지로 분류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7일 오후 서울 격전지 유세 도중 이 지역을 들러 집중유세를 벌였다.
김 후보에 맞서 더민주는 기동민 후보를 공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시정1기에서 정무부시장을 지낸 기 후보는 박 시장의 대표적인 측근으로 분류된다. 박 시장은 공식선거운동 전인 지난 2월 비공개일정으로 성북을에 들르는 등 간접지원에 나선 바 있다. 국민의당도 이 지역에 김인원 후보를 공천해 맞불을 붙였다. 김 후보는 야권에서 드문 검사, 그중에서도 특수부 검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세 당 모두 나름의 강점이 있는 인사들을 배치한 셈이다.
정의당에서는 박창완 후보를 공천했다. 박 후보는 이 지역에서 20여년을 지내며 시민단체·협동조합에서 일한 대표적인 지역기반 인사다. 이밖에 이경애 전 서울시의회 의원과 양규현 현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부회장이 ‘지역일꾼론’를 내세우며 무소속으로 출마한 상태다.
두 무소속 후보 모두 야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터라 성북을은 1명의 여권후보에 5명의 야권후보가 난립하는 양상이다.
◆‘오리무중’ 판세 속 여야 후보 “성북 미래 위해 우리를”
일여다야 구도여서 초반에는 여당이 유리한 양상으로 펼쳐졌다. 조선일보와 밀워드미디어리서치가 지난달 22, 23일에 실시한 여론조사(95% ±4.3%포인트)에서 김효재 후보는 32%의 지지율을 기록해 기동민 후보의 23.5%, 김인원 후보의 8.0%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기도 했다.
현재는 새누리당 공천파동 등으로 후보 간 격차가 거의 없어진 상황으로 분석되지만, 야권후보 단일화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기동민 후보는 “여론조사를 감안하면 딱 붙어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인원 후보는 “단일화는 정치적 목적이나 비전이 같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지 않느냐”며 “여권이 반드시 쳐부숴야 할 공격대상은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여야 후보 모두 성북을의 미래와 국가발전을 위해 자신을 선택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여야 후보 모두 이 지역 공약으로 서울 경전철 동북선의 조기착공 및 지역산업인 패션봉제산업 활성화를 내걸었다. 김효재 후보는 “야당이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구청장·시의원·국회의원을 다 했는데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이번에는 여당 후보에게 밀어주자는 분위기가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기동민 후보는 “바닥민심이 좋다. 바람이 불고 있다”며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시작된 변화의 흐름을 확대할 기반을 만들 적임자는 가장 역동적인 후보인 저”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인원 후보도 “더민주는 정통야당이 아니기 때문에 참신하고 깨끗하고 유능한 국민의당에 투표해달라”며 “여당에 실망한 사람은 당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선택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