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최고의 신 제우스는 타고난 바람둥이입니다. 애인을 거느려 정실 부인 헤라의 분노를 샀지요.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모친 세멜레가 대표적입니다. 헤라는 세멜레를 파멸시키려고 세멜레의 어릴 적 유모로 둔갑해 접근합니다. 그러고는 “제우스에게 정말 신이라면 증거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라”고 유혹하지요. 세밀레가 계속 조르자 제우스는 천상의 갑옷을 입고 나타나지만, 인간 세멜레는 그 휘황찬란한 빛을 감당하지 못해 그만 재로 변하고 맙니다. 제우스는 세멜레 뱃속에 든 아기를 꺼내 자신의 허벅지에 심어 키웠는데, 이 아기가 바로 디오니소스입니다. 하지만, 헤라는 디오니소스를 미치광이로 만들어 세상을 떠돌게 했고 디오니소스는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법을 세상에 퍼뜨리게 됩니다. 와인 양조의 시조가 디오니소스인 셈이지요. 술의 신으로 불리는 이유랍니다.
그리스 네메아(Nemea) 지방을 대표하는 와이너리가 바로 세멜레의 이름을 딴 세멜리(Semeli·사진)입니다. 세멜리는 그리스 대표 자생 품종인 아기오르기티코(Agiorgitiko)로 프리미엄 와인을 빚고 있답니다. 체리 향과 향신료 향이 돋보이는 아기오르기티코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레드 품종으로, 핑크빛 로제 와인과 화이트 와인까지 만드는 천의 얼굴을 갖고 있어요. 아기오르기티코도 그리스 신화와 관련 있답니다. ‘헤라클레스의 피’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헤라클라스는 역시 제우스가 인간 여인과 바람을 피워 낳은 아들입니다. 헤라가 가만 놔둘 리 없겠지요. 헤라클레스를 미케네 왕 에우리스테우스의 노예로 만들어 버립니다. 헤라클레스는 자유를 얻으려면 열두 가지 임무를 완수해야 했는데, 그 첫 번째가 네메아 계곡의 불사신 사자를 퇴치하는 일이었지요. 결국 헤라클레스는 맨손으로 사자를 물리치고 자축하며 와인을 마셨는데 이 와인이 아기오르기티코랍니다.
또 땅의 신인 가이아(Gaia), 제우스의 아들이자 뮤직신인 피보스(Pivos) 등 그리스 신화의 등장인물들이 와이너리 이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로 빚는 그리스 와인이라 더 신비롭게만 느껴지네요.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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