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각 정당이 실현 가능성이 낮거나 부작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 일자리 정책'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비판은 주요 시민·청년단체들이 최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20대 총선, 정당별 노동·청년일자리 정책 평가' 토론회에서 나왔다. 토론회 발표자료에서 조승수 청년만세 대표는 △청년고용할당제 △청년취업지원수당 △최저임금 인상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현가능성 낮은 ‘포퓰리즘 일자리 공약’ 여전
조 대표는 각 정당이 내놓은 청년고용할당제에 대해 "자유로운 노동시장질서를 저해하고 기업의 자발적인 일자리 생산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또 다른 세대 갈등을 조장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청년고용할당제는 대기업이 매년 전체 인력의 일정 비율만큼 신규 채용에 나서도록 한 제도다.
그러면서 "청년고용할당제의 모델인 벨기에의 '로제타 플랜'은 장기적인 청년실업률 감소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제도 도입 이후 잠시 하락했던 청년실업률은 3년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비판했다.
2000년 도입된 벨기에의 로제타 플랜은 50인 이상 기업이 전체 고용인원의 3%를 청년으로 채우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매일 미채용 인원 1인당 74유로(약 10만원)의 벌금을 물렸던 정책이다.
◆미취업 청년에게 매달 50만~60만원씩 지급?
미취업 청년에게 매월 50만∼60만원씩 지급하는 청년취업지원수당은 '예산 확보 대책이 없는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청년취업지원수당 예산으로 더민주는 △매년 2500억원 △정의당은 2조원(26만명 신청 기준) △국민의당은 5년 동안 5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자체 추산했다.
그는 "자체 추산 예산액만 봐도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고용보험기금 중 일부 이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근로자와 사용자가 돈을 내 조성한 기금을 기여도 안 한 청년들을 위해 쓴다는 것은 또 다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률적인 취업지원수당은 오히려 취업준비 기간의 장기화로 인한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원 대상도 청년으로 제한, 다른 연령층 저소득 구직자와의 차별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시간당 최저임금 9000원까지 올라가는 효과 내겠다
여·야가 앞다퉈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최대 9000원까지 올라가는 효과를 내겠다고 공약했다. 더민주와 정의당은 최저임금을 수년 내 1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조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의 생산비용을 상승시켜 노동수요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업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정치권이 총선을 맞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안을 제시해 기대심리를 높여놓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일 하고 싶어도 일자리 줄어 실업률 치솟아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부대표는 주요 정당의 10대 청년정책을 뽑아 정당명은 가리고 정책설명만으로 설문조사한 '블라인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실현가능성 △지속가능성 △적절성 등을 모두 고려, 새누리당의 '청년희망아카데미' 정책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더민주의 '취업활동비 지급' 정책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백 부대표는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당별 공약은 구체적인 모니터링과 성과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무수히 제공할 것만 같은 숫자놀음은 경계하고, 노동시장의 활력을 주기 위한 개혁과 사회안전망 확대 정책은 환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대 총선이 이제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기본소득과 주거권 등 정책 요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최근 시민단체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문화연대 △노동당 등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년 빈곤이 심화하고 청년 실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20대 국회가 '기본소득' 정책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생겨난 대부분의 일자리 임금 낮아
기본소득이란 모든 국민에게 정부가 일정 수준의 생계비를 주는 정책으로, 최근 스웨덴·핀란드·스위스 등 일부 유럽국가가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생겨나는 일자리는 저임금에 불안정한 자리이며,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앞으로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불안정을 해결하려면 총선에 나서는 후보와 정당이 기본소득 정책을 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거권네트워크와 청년단체 민달팽이유니온 등은 이날 오후 서울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토론회를 열고, 한국 전체 가구의 43%가 세입자인 상황에서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각 정당이 주거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2012년 총선 당시 여야 모두 전·월세 대란을 수습하려는 방안으로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공약했지만, 임대료가 폭등할 수 있다는 국토교통부 주장이 나온 이후 공약을 파기하거나 반대에 부딪혀 19대 국회는 한 일이 없다"며 "주거비 부담 문제를 완화할 획기적 대책이 이번 총선을 계기로 20대 국회에서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2년 총선 당시 전·월세 상한제 도입 공약…현재는?
민달팽이유니온은 "자가소유촉진에서 세입자의 주거 안정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주거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청년 주거 문제가 해결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