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각 당 유세단 '에이스'가 들려주는 '연설의 비법'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20대 총선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부동층 유권자를 잡기 위한 각 당의 ‘별동대’, 유세단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비례대표 후보, 또는 공천 탈락자만으로 이루어진 각 당의 유세단은 지역구 후보가 요청하면 한걸음에 달려가 목이 터져라 지원 유세를 펼친다.

비록 지역구 후보는 아니지만 이들의 유세는 지역 주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다. 휘몰아치는 연설로 길 가는 유권자를 홀리는가 하면, 차분하고 단단한 어조로 자기 당에 표를 던져줄 것을 논리적으로 설득시킨다.

새누리당의 ‘알파원’, 더불어민주당의 ‘더컸유세단’, 국민의당의 ‘국민편 일당백’. 각 유세단에서 ‘에이스’라 불리는 세 단원에게 유권자의 이목을 사로잡는 ‘연설의 비법’을 들어봤다.

◆ “저 약 팔러 온 것 아닙니다!” 더민주 ‘더컸유세단’ 이동학 소장




공천 탈락자들이 모여 출범부터 관심을 모은 더민주의 ‘더컸유세단’. 필리버스터 스타인 정청래·김광진 의원 등 당에서 소위 ‘말 좀 한다’는 사람들이 대거 포진한 이곳에서 ‘연설 에이스’를 뽑으라면 단연 이동학 다준다연구소 소장이다.

이 소장은 서울 노원병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당내 경선에서 황창화 후보에게 패하며 더컸유세단에 합류했고, 이내 에이스로 거듭났다. 이 소장은 성공적인 지원 유세의 비결로 ‘짧은 문장‘과 ‘흥겨움’을 꼽았다. 그는 “지지자가 아닌 유권자들은 유세를 해도 그냥 지나가버리기 일쑤”라며 “짧은 문장을 힘있게 반복하고, 스스로가 흥겨운 모습을 보여줄 때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의 ‘흥겨운’ 모습은 지난 5일 더민주 신경민(영등포을) 후보를 지원한 유세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소장은 10자 내외에 불과한 단문과 신 후보의 이름을 반복해서 외치며 주문을 외우듯 신 후보를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영상에서 “저 약 팔러 온 것 아닙니다!”를 외치지만, 흡사 ‘약장수’를 연상시키는 그의 화법에 오른쪽 뒤에 서있던 전 MBC 앵커 출신 신 후보도 ‘잘한다’며 감탄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매년 무료로 연설을 가르쳐온 이 소장은 “우리나라에 대중연설을 잘하는 정치인들이 많지 않다”면서도 연설의 모범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손학규 전 대표를 뽑았다.

◆맺힌 ‘한’을 토해내듯, 국민의당 이상돈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국민편 일당백’ 유세단의 단장인 국민의당 이상돈 위원장은 연설의 비결을 묻자 “상황이 닥치면 누구나 한다”며 껄껄 웃다가도 “솔직한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위원장은 “내가 왜 이 자리에 서있나 대중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신이 연설대에 서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4년 전 제가 했던 약속은 다 거짓말이 됐다”며 “그때 쌓인 한을 지금 연설로 풀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 위원으로 활동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그는 ‘100% 대한민국’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국민행복시대’ 등 당시 박근혜 후보의 주요 공약을 만드는 데 일조했지만, 지난 언론 인터뷰에서 “(공약이) 모두 변질됐다”며 여러 차례 실망감을 표시한 바 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으로 적을 옮긴 이 위원장은 선거 유세에서도 ‘약속의 중요성’을 설파 중이다. 9일 김성식(서울 관악을) 후보의 지원유세에서도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정치인들은 모두 사퇴해야 한다”며 최근 정치권의 ‘사죄 퍼포먼스’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4년 전 본의 아니게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 그러한 배경이 오히려 대중에게 진정성 있게 보인 것 같다”고 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에 맞서 정치권에 뛰어들었으니, 이 위원장은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게 대중의 믿음이라는 뜻이다. 이 위원장은 “한을 토해내는 게 포인트다”라며 유세의 비결을 설명했다.

유세 연설을 잘하는 정치인이 있냐고 묻자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헤 대통령을 꼽았다. 이 위원장은 “박근헤 대통령은 카리스마가 있다”며 박 대통령 유세의 특징으로 “유세가 단단하고, 동일한 메시지를 반복한다.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써놓고 보면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며 “(18대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거짓말도, 몇 번씩 강조하니까 통한 것이다”라며 비판을 잊지 않았다.

◆‘경험’과 ‘철저한 사전조사’로 승부한다! 새누리당 ‘알파원’ 신보라 후보



청년 대표로 새누리당 비례 순번 7번에 안착한 신보라 후보는 “직접 목소리를 내봐야 한다”며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6년간 NGO단체 ‘청년이여는미래’의 대표를 맡은 그는 “청계천, 광화문 광장, 국회 앞 등 그동안 수없이 많이 한 기자회견이 크게 도움이 됐다”며 연설 비결을 공유했다. 새누리당의 여러 당직자는 입을 모아 신 후보를 ‘알파원’ 유세단의 연설가로 인정한다.

신 후보는 또한 “철저한 사전준비는 필수”라고 말했다. 대다수의 지원 유세가 지역구 후보 띄워주기에 급급한 반면, 신 후보는 ‘지역 맞춤 연설’로 차별화된 유세 전략을 보여줬다. 그는 “지원을 나갈 때마다 지역 후보의 핵심 공약 자료를 미리 공부한다”며 “타정당과의 차이점을 설명하기 위해 다른 후보들의 공약도 자세히 살펴본다”고 밝혔다. 또 청년 비례 몫으로 뽑힌 만큼 “지역을 불문하고 새누리당의 청년 공약을 전달하고 있다”며 ‘청년층 대변인’을 자처했다.

신 후보는 자신의 경쟁자로 ‘더컸유세단’의 이동학 소장을 꼽았다. 그는 “(이 소장이) 청년 단원으로서 나름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 같다”며 이 소장의 연설 능력을 인정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