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을 떠나기 일주일 전쯤 서울 명동의 한 백화점에 들렀다. 면세점을 방문한 외국인 쇼핑객들이 가득했다. 이들 손에는 G, L, C사 등 해외 명품브랜드의 값비싼 가방, 지갑, 시계 등이 들려 있었다. 백화점 앞에서 택시를 탄 기자에게 기사는 “백화점 면세점을 방문한 관광객들 탓에 명동은 항상 차가 막힌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창밖으로 면세품을 든 외국인들이 대형 관광버스에 올라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염유섭 외교안보부 기자 |
파리와 서울의 차이는 여기에 있다. 프랑스는 세계 1위 관광대국이다. 하지만 국제면세협회에 따르면 프랑스의 국제 면세시장 점유율은 2013년 기준 11위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관광객 숫자 기준 우리나라 관광순위는 2014년 세계 20위지만 국제 면세시장 점유율은 1위다. 2010년 이후 줄곧 수위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면세점 전체 매출액 중 국산품 비중은 약 37%에 불과하다. 명동을 찾은 외국인들 손에 해외 제품들이 쥐어져 있는 이유다.
우리 정부는 관광산업을 육성한다면서 면세점을 늘렸다. 국내 면세점은 2009년 30곳에서 2016년 3월 49곳으로 19곳이나 늘었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이 면세점에 들러 구매하는 제품들은 주로 고가 외국 제품이다. 이들이 쓴 돈은 대부분 한국이 아닌 외국 기업으로 들어간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323만명이다. 정부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등 관광객 숫자에만 신경을 쓴다. 외국인 관광객 통계만 부각될 뿐 이들이 쓴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는 간과한다. 우리 관광정책을 되돌아봐야 할 때다. 외국인이 면세점이 아니라 경복궁과 국립중앙박물관 같은 명소로 몰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경복궁에 입장하기 위해 500m 넘게 줄을 서고, 이들이 낸 입장료가 우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곳간을 채우는 것을 보고 싶다.
염유섭 외교안보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