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거장 감독과 스타 배우가 합심해 만든 작품들이 줄줄이 개봉 대기 중이다. 13일 선을 보인 한효주 주연, 박흥식 감독의 ‘해어화’는 일제강점기 가수를 꿈꿨던 조선 마지막 기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다. 1930년대 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는 6월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허진호 감독의 ‘덕혜옹주’와 김지운 감독의 ‘밀정’ 또한 하반기 보따리를 풀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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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제작이 급격히 늘어난 데다 흥행까지 거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이 시기가 영화 제작자에게는 몹시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에는 비극적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다양한 사건들이 존재한다. 그동안은 정치적으로 조심스럽고 민감한 주제라서 쉽게 다루지 못했지만 이제 그 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일본에 대해 악화된 국민정서를 꼽을 수 있다. 영화는 국민들의 정서에 민감하다. 흥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일본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경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갈등의 골 또한 깊어진다. 위안부와 역사교과서 문제 등은 일본에 대한 우리 국민정서를 악화시킨다. 일제강점기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제작 또한 늘어나는 이유는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영화는 물론 출연 배우 또한 국민정서를 무시할 수 없다. 송혜교는 국민정서를 충분히 감안했지만 중국배우 장쯔이는 그렇지 못했다. 2005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게이샤의 추억’에서 주연을 맡은 장쯔이는 일본 게이샤 역을 맡았다는 이유로 중국 국민들로부터 거친 비난을 받아야 했다. 영화제작을 두고, 한·중·일 모두 과거 역사나 국민정서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일본의 우경화가 지속되는 한 앞으로도 일제강점기 영화의 흥행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