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2011년 이후 몇년째 말레이시아, 필리핀, 중국 등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무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통과 등 소기의 성과가 있었지만 부패지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부패지수 0∼10 중 지수가 10에 가까울수록 한 국가의 부패 정도가 심하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부패지수는 지난해 6.28에 비해 미미하게나마 개선됐지만 전체 평균(5.92)에도 못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부패지수가 조금씩 개선돼 2010년에는 부패지수 4.88로 5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2011년부터 다시 부패지수가 악화해 2012년에는 6.90으로 11위까지 떨어졌고,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부패지수 설문에 참여한 외국인 기업가는 “한국의 부패는 아주 정교화됐다. 깊이 보지 않으면 부패가 적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판단”이라며 “정부 관료나 바이어들은 외국인 기업가들에게는 직접적으로 돈을 요구하지 않지만 한국인들 사이에서 뇌물은 흔한 문화”라고 꼬집었다.
PERC는 보고서에서 “한국을 절대 점수 기준으로 중간 수준(8위)이라고 보면 안 된다. 오히려 부유한 선진국으로서 한국이 저개발국에서나 나올 법한 최악의 부패지수를 받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이완구 전 총리가 지난해 2월 총리 취임 직후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이후 2개월 만에 부패스캔들에 연루돼 사임한 점을 지적하며 “가장 큰 문제는 부정부패를 해결해야 할 대통령 이하 정치인들이 꾸준히 부패 스캔들의 당사자로 연결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부패 연루 기업가들의 계속되는 사면과 국방부의 방위사업 비리 역시 문제로 꼽았다. PERC는 다만 “정부의 부패방지법 강화와 부패사례 적발·징계 증가에 따라 올해 소폭이나마 점수가 개선됐다”며 국민권익위원회의 부패방지 활동과 김영란법 제정 등에는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조사에서 1위는 지난해에 이어 싱가포르(1.67)가 차지했고, 호주와 일본이 각각 2.67과 3.00으로 2, 3위에 올랐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