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뉴스분석] 박 대통령 "민의 겸허히 수용"… 국정쇄신 언급은 없어

여소야대 총선 결과 박 대통령 첫 메시지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새누리당 참패로 끝난 20대 총선 결과와 관련해 민의 수용, 20대 국회와의 협력, 경제활성화 및 개혁과제 이행에 대한 완수 의지 등을 첫 총선 메시지로 내놓았다. 박 대통령이 민의수용·대국회협력·경제활성화를 강조한 것은 여소야대의 정치적 현실을 최대한 존중하며 국정과제를 관철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큰 틀에 있어서의 국정기조 전환은 없을 전망이다.

박근혜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앞으로 국민의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서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에 두고, 사명감으로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마무리하도록 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주에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 결과는 국민의 민의가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20대 국회가 민생과 경제에 매진하는 일하는 국회가 되길 기대하면서 정부도 새롭게 출범하는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이 국회와의 협력 의지를 드러낸 것은 새로운 국회 상황을 감안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원내 제2당으로 주저앉은 새누리당으로선 각종 개혁과제 완수에 한계가 있다. 3당 체제하에서 야권과의 협력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다소 빠르고 긴장감 있는 톤으로 발언을 이어갔고, 무거운 표정으로 주위 참모들을 한 번 돌아보기도 했다. 약 6분 동안 발언에서 처음 약 43초 동안 선거 관련 입장을 밝힌 뒤 나머지 5분여 동안은 경제와 안보 위기 상황을 언급하고 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이날 메시지가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세계 경제 침체와 북한의 도발 위협을 비롯한 대내외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개혁들이 중단되지 않고 국가와 미래를 위해 이루어져 나가기를 바란다”고 역설했다. 또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 국민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보에 대해서도 “최근에는 5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도 포착되고 있다. 어떤 돌발적 도발을 감행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안보와 남북문제 등에 있어서는 여야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잘해봅시다” 정의화 국회의장(왼쪽 두번째)이 18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20대 총선 후 처음으로 열린 여야 회동에서 앞서 3당 원내대표와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정 의장,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
이제원 기자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총선 결과에 따른 책임을 피해 갔다”며 비판이 쏟아졌다. ‘반성’과 ‘사과’가 없고 국정쇄신 약속도 없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백번 천번 옳은 말”(김영우 수석대변인 논평)이라고 호의적으로 논평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한 비박계 의원은 “뭐가 잘못됐는지, 왜 이렇게 됐는지 (청와대가) 파악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수도권 중진의원도 “안이하고 한가한 발언”이라고 우려했다.

야당은 강력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박 대통령이 단 한마디의 반성도 없었다. 국민의 엄정하고 준엄한 질타에도 자신의 생각을 바꾸고 싶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김정현 대변인도 서면논평을 통해 “청와대부터 정부 전체가 확 바뀌었다는 것을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정도로 반성하고 변화하지 않는 이상 국회의 협조도, 경제활성화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