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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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기업 매출액 6분기 연속 마이너스 '허우적'

산업계, 침체 늪에 빠져 ‘허우적’
조선소의 텅 빈 도크, 가동시간·인력·투자 축소에 들어간 공장들. 대한민국 산업계가 ‘저성장 고착화’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수년째 이어진 저성장의 후유증은 대한민국 대표 기업도 예외없다. 19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국내 30대 기업 매출액은 2014년 2분기 이후 6분기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 7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은 6조6000억원(잠정치)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7.5% 늘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8.1%나 급감(49조원)했다. 새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7이 호조여서 이번 분기 실적은 선방했지만 세계 반도체시장 악화로 향후 전망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1일 잠정치 실적을 발표한 LG전자도 G5의 호조로 1분기 영업이익이 5052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65.5% 증가했지만 매출(13조3621억원)은 되레 4.5% 줄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 LG이노텍 등 IT 부품사 역시 부진한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부원장은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 속에 해외에선 우리 제품을 찾지 않고, 국내에선 저출산·고령화로 내수가 소비와 연결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국내 기업의 매출 감소는 투자 축소 등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전망에 따르면 경기 불확실성과 수출 부진, 재고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기업 설비투자계획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조선업이 저성장의 늪에 가장 깊숙이 빠진 상태다. 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 유조선 등의 발주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탓이다. 배를 새로 주문받아 건조해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발주 자체가 없어진 지 오래다. 조선의 전방산업인 해운업계도 저성장에 따른 글로벌 물동량 감소 등으로 새 배를 주문하지 못한 지 오래다.

뾰족한 해법 없는 저성장 시대에 각 기업이 찾아야 할 생존책은 결국 경쟁력 강화와 신상품·신시장 발굴로 귀결된다. 생산구조 합리화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새로운 시장을 열어서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경제전문가는 “저성장은 구조적으로 고착화돼 단기적인 정부정책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며 “기업 측면에선 새로운 산업으로 투자가 전환될 수 있도록 기존 분야에 잠겨 있는 과잉 투자를 털어내게끔 하는 게 우선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용출·나기천·정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