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해 '종북좌파 세력'이라고 언급, 1심에서 명예훼손에 따른 1000만원의 손해배상금 지급 명령을 받았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5)이 2심에서 승소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부장판사 예지희)는 전교조가 국가와 원 전 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전교조에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세훈의 발언에 공연성(公然性=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알 수 있는 상태)이 없어 명예훼손 성립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즉 원 전 원장의 발언은 국정원 내부 직원들만을 상대로 한 것으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2013년 매달 국정원 부서장회의를 주관하며 "전교조 등 종북좌파 단체들이 시민단체, 종교단체 등의 허울 뒤에 숨어 활발히 움직인다"고 말했다.
또 "종북세력 척결과 관련 북한과 싸우는 것보다 전교조 등 내부의 적과 싸우는 것이 더욱 어렵다" 등의 말도 했다.
이러한 원 전 원장의 발언은 회의 뒤 요약돼 국정원 내부 전산망의 공지사항에 '원장님 지시·강조말씀'이란 제목으로 올라갔다.
이에 전교조는 국가와 원 전 원장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3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지난 2013년 3월 소송을 냈다.
1심은 "원 전 원장이 구체적인 확인이나 검증 없이 전교조를 종북세력 또는 종북좌파 단체라고 지칭하는 등 허위 사실을 적시해 전교조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10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다만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지부장들을 통해 일선 교육청에 전교조 조합원을 중징계하라고 압박했다는 전교조 측 주장에 대해선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물리쳤다.
한편 원 전 원장은 2012년 총선과 대선 때 심리전단 직원 등을 동원해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반대 댓글을 달게 해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2심은 공직선거법 위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과 함께 법정구속했다.
대법원은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현재 원 전 원장은 보석이 허가돼 불구속 상태로 파기환송심을 받고 있다.
박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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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의 '전교조 종북좌파'발언, 1심 '명예훼손'→2심 '무죄'
기사입력 2016-04-21 15:45:24
기사수정 2016-04-21 15:55:42
기사수정 2016-04-21 15:5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