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22일 “당내 정체성 논란이 다시 벌어지면 (집권의) 희망이 없어진다”고 경고했다. 김 대표는 더민주 합류 100일째를 맞은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더민주가 지금 총선에서 나타난 표심을 잘못 읽으면 내년 대선 승리는 불가능해진다”며 “특히 좌파의 사소한 이해관계를 위해 당을 뒤흔드는 불상사가 또 벌어지면, 그다음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더민주의 대권 경쟁구도와 관련해 “당을 수권 정당으로 최대한 만들어 가면 공정한 경선에 의해 (대통령) 후보가 정해질 테고, 그러면 수권할 수 있다”며 “그래서 난 누구 편도 안 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표가 당내에서 가장 앞서가는 대선주자라고 인정하면서도 “2002년 대선 때보다 내년 대선 구도가 더 역동적이 될 것이고, 안희정 충남지사나 이재명 성남시장도 대선 후보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호남 지지 여부와 정계은퇴를 연계한 문 전 대표의 광주선언에 대해 “왜 했는지 모르겠다. 정치인이 단언적인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자신의 당 합류 100일째를 맞은 22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대 총선 이후 정국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이번 총선 표심을 분석해 보면 내년 정권교체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졌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선에서는 총선 때보다 더 큰 전략이나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 않나.
“총선에서 우리가 강조한 것은 경제 상황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 우리가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경제를 어떻게 형성하겠다고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대선을 끌고 가기 힘들다. 그것에 대한 준비를 앞으로 계속 치밀하게 할 예정이다. 약속하면 꼭 지킨다는 그런 신뢰감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당의 정체성 문제를 놓고 다시 갈등이 빚어줄 수 있지 않나.
“그런 걸 어떻게 제압하느냐가 지도부의 리더십이다. 도대체 이 당의 정체성이 뭐냐고 나에게 설명해 보라고 했다. 그런데 아무도 설명을 못 하더라. 그리고 시대가 바뀌었으니 옛날을 그리워해서는 안된다.”
“호남 유권자들이 옛날처럼 더민주를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당이 바뀌게 노력할 수 밖에 없다. 특별한 대책이 있는 게 아니라, 심정적으로 저 사람들 하는 것 보니까 희망이 보인다고 호남 분들이 느끼게 해야 한다. 마음이 돌아버리면 백약이 무효다.”
―문 전 대표의 호남 유세가 전혀 효과가 없었는데.
“아무리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 지지가 없다고 해도 최소한의 지지는 있을 거 아닌가. 예를 들어 20%라고 하자. 그런데 그걸 믿으면 안된다. 나머지 80%가 어떻게 가느냐에 달려있는데, (이번에) 80%가 더 큰 반발을 일으킨 것 아니냐.”
―독일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는 88세까지 총리직을 수행했는데, 김 대표가 대선에 직접 나설 의향은.
“대통령이라는 게 자기가 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다. 모든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지금 누구누구라고 얘기를 하지만, 어떤 사람이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나 스스로가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갈지 자신이 있다고) 확신할 정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거다.”
“나는 정치인의 얘기는 믿지 않는 사람이다.(웃음) 당시 그런 얘기를 (문 전 대표가) 했을 때도 ‘난 원래 정치인의 얘기는 믿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밖에 있었을 적엔 아름다워 보이니까 모셔오고 나서는, 모르겠다 하는 것이 정치인의 생리다. 각서를 쓰고도 이행 안 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행태인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못 속여 먹는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봤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도 김 대표에게 신뢰감을 못 줬나.
“여태까지 나를 속여 먹은 사람들 꽤 많다. 그런데 나를 속여 먹은 사람들이 결과가 다 안 좋아. 그래서 좀 정직하라는 얘기야. 말 했으면 자기 말을 지킬 줄 알라는 얘기고, 이때는 이렇게 얘기하고 저때는 저렇게 말하고. 그래선 국민 신뢰도 못 얻는다.”
―문 전 대표의 향후 역할과 진로를 예상해 보면.
“그분은 일단 대통령 후보가 돼야겠다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 때문에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대권을 지향하는 사람은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일반 상식으로는 야권이 분열됐으니 수도권서 참패할 것이다 그렇게 얘기했다. 난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수도권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이나 과거 투표 행태를 보면, 절대로 야당 둘 있다고 해서 표가 나뉘거나 그렇지 않았다.”
―내년 대선은 3자구도로 갈 거라고 보나.
“난 그걸 전제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 관계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안철수 대표는 틀림없이 출마할 것이고, 문 전 대표도 경우에 따라서 더민주의 대권 후보가 될 수 있을 테니까. 그때 가서 서로 양보가 되겠나.”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모자란 부분을 충원해가면, 1년 후 내년 쯤이면 완성품이 될 수도 있지.”
―지금 야권에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 말고 잠재력 있는 인물이 또 있나.
“새로 나올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충남지사 안희정씨도 나올 수 있고, 성남시장 이재명씨도 본인이 선언을 했으니 나올 수 있다. 2002년에도 이인제씨로 완전히 굳어지는 줄 알았지 노무현씨가 대통령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나. 지금은 오히려 그때보다 더 역동적이다.”
“박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선거 결과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다. 이번에 국민이 표출한 표심을 잘 읽고 치밀하게 분석해 시정할 건 시정해야 한다. 그러면 레임덕에 걸리지 않는다. 그걸 못 하면 레임덕에 걸리는 수밖에 없다.”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한참 뒤로 미루자는 얘기가 있다.
“여러분들이 보기엔 내가 대표 자리에 혈안이 돼있는 사람으로 보이나. 나를 갖고 그 얘기는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 나를 갖고 자꾸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지 말아 달라는 거다. 내가 뭐를 추구하는 사람처럼 국민에게 비치는 것이 제일 불쾌하다.”
―지난번 중앙위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지 않나.
“그런 일이 또 벌어지면 이 당은 희망이 없어진다. 내가 분명히 얘기하지만, 지금 나타난 표심 잘못 읽으면 내년 수권은 불가능해진다. 좌파의 사소한 이해관계를 위해 당을 뒤흔드는 불상사가 또 벌어지면, 그 다음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거다.”
―이해찬 전 총리 복당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복당은 절차가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그 절차를 밟는 수밖에 없다. (사과할 생각은?) 내가 무슨 이유로 사과해야 하나.”
―원내대표의 자격 조건은.
“원내대표는 국민의당과 원만하게 잘 끌고 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국민의당과 반목이 심했던 사람은 타협이 잘 안 될 것이다.”
대담 박창억 정치부장, 정리=김동진·이동수 기자 bluewin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