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세계일보가 경제 전문가 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설문조사 및 전화인터뷰를 분석한 결과 ‘증세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16명(59.2%)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가장 바람직한 증세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법인세(50%) 인상이 1위를 차지했고, 소득세(25%)와 부가가치세(19%), 자본소득과세(6%)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증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9명(33.3%)에 달했다. 이들은 대체로 경기와 소비, 투자 침체기에 증세가 이뤄질 경우 기업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정집행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우리 경제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초입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럴 때에 증세는 필요하지도 않고 경제를 더욱 망치자는 수단”이라고 반박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필요한 복지 수요만 억누르면 증세할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2명의 경제전문가(7.4%)는 ‘구조조정 후 증세 논의’라며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 교수는 “구조개혁이 안 된 상황에서 증세 얘기가 나오면 기업 구조조정에 세금을 퍼붓겠다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다”면서 “먼저 부실 기업을 정리하고 새 기업이 살아날 수 있는 산업구조나 여건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경제부 종합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