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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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방폐장 안전, 주민 신뢰 구축해야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의 배수펌프가 설치한 지 1년 반 만에 고장이 났다. 당초 40년 쓰려던 배수펌프에 부식과 누수 등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배수펌프 설비는 지하의 방폐물 처분 시설 주변의 지하수를 모아 빼내는 역할을 한다. 고장이 나면 최악의 경우 지하수가 방폐물 시설 안으로 섞여 들어가 방사능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도 방폐장 운영사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이를 쉬쉬하며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보고도 하지 않은 채 자체적으로 조치해 비난을 사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방폐장 주변지역 주민들은 물론 경주 시민들의 불안감 확산과 함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장영태 사회2부 기자
원안위 위원들마저 “방폐장 안전에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문제에 대해 공단이 얼마나 안이하게 대처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이물질에 의한 손상에 민감한 배수펌프의 회전체 부위를 탄소강 재질에서 스테인리스 재질로 교체했고, 지하수 배수펌프는 방폐장의 배수설비 안전운영을 위한 비방사성계통 설비로 규제기관에 보고사항이 아니다”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냈다. 공단 측은 예방적, 선제적 차원에서 배수펌프를 교체했다고 마치 자랑이나 하듯 입장을 밝혔다.

결국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의 자의적인 자료였다. 그것도 하루 종일 해명자료를 기다린 기자들의 요청을 무시하고 오후 6시 이후 슬그머니 자료를 이메일로 보낸 게 다였다.

방폐장과 원자력발전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직도 경주에서는 방폐장과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신뢰하지 못하는 주민과 시민단체가 다수 있다.

정부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에 이어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공론화에 나섰다.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에 앞서 경주 방폐장에 대한 경주시민들의 신뢰를 먼저 구축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장영태 사회2부 기자  3678jy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