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다보스포럼 토론에서 인상 깊었던 건 세계여성지도자평의회 사무총장인 로라 리스우드의 발언이었다. 그는 “‘리먼 브러더스 앤드 시스터스’가 이상적인 답”이라고 했다. 성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조직이 보다 나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얘기다. 리스우드는 실제 이를 뒷받침하는 글을 지난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실었다. 여기에는 이사회의 40% 여성할당제를 의무화한 노르웨이 기업 사례에 관한 아론 디르 요크대학 교수의 연구 결과가 포함돼 있다. 디르 교수는 할당제 도입 전후를 모두 경험한 남녀 이사 23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그에 따르면 여성 이사들이 남성 이사들과는 다른 관점, 경험, 전망을 내놓으면서 의사 결정은 물론 이사회 지배구조, 그룹 내 역학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소통 증대, 효율적인 위기 관리, 파벌주의 희석화 등이 ‘성 다양화’에 따른 주요 긍정적 결과였다.
황정미 논설위원 |
그런 면에서 4·13 총선 결과 50명이 넘는 여성 후보들이 당선된 건 눈여겨볼 만하다. 16대 21명(5.9%), 17대 39(13%), 18대 41(13.7%), 19대 47(15.7%), 20대 51명(17%)으로 해마다 늘긴 했지만 지역구 생환 의원이 역대 최다인 점이 두드러진다. 50% 할당제에 기댄 비례대표 수(25명)보다 유권자들의 직접 선택을 받은 지역구 의원(26명)이 더 많은 건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5선), 새누리당 나경원·더민주 박영선·국민의당 조배숙(이상 4선)을 포함해 3선 이상 의원만 11명이다. 당 대표 도전 의사를 밝힌 추미애, 역시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박영선, 여당 첫 여성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했던 나경원 등 그간 ‘가뭄에 콩 나듯’ 했던 당직, 국회직에 나설 여성 의원이 많아질 것이다.
여성 의원들이 20대 국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를 품게 된다. 여소야대의 3당 체제인 20대 국회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인 소통은 여성의 장점으로 꼽힌다. 소통·협력 정치가 작동하려면 무엇보다 계파 정치를 깨야 하는데, 여성 의원들이 그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성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계파 정치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자기 주장이 강한 이유도 있고 계파도 권력인데 잘 끼워주지도 않는다.” 재선인 한 여성 의원의 말이다. ‘친박’을 만든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수적으로 열세이긴 하다. 그래도 새로운 정치문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당내 민주화, 혁신을 막는 계파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는 게 총선 민심이었다. 이에 응답하는 ‘여의도 시스터스’가 많기를 소망한다.
황정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