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조선 임금들의 큰 글씨, 친필 현판 ‘한자리에’

입력 : 2016-05-05 23:09:20
수정 : 2016-05-05 23:09:20
폰트 크게 폰트 작게
고궁박물관, 숙종·영조 등 9명 15점 전시
국립고궁박물관이 조선 시대 국왕의 친필이 담긴 현판을 선보이는 전시회 ‘어필(御筆) 현판, 나무에 새긴 임금님의 큰 글씨’를 22일까지 개최한다. 선조, 인조, 숙종, 영조, 정조, 순조, 헌종, 철종, 고종 9명의 친필을 새겨 만든 현판 15점이 공개된다. 국왕의 친필로 만든 현판에는 대개 ‘어필’이라고 새겨 넣어 누구든 국왕의 글씨임을 알게 했다. 또 어필을 보호하기 위해 현판에 문을 달거나 비단으로 씌우기도 했다. 

선조의 어필 현판 ‘간취천심수(사진 위)’와 숙종의 어필 현판 ‘교월여촉’.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전시되는 현판 글씨의 주인공들은 서예 실력이 뛰어났거나, 현판의 제작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선조의 글씨는 임진왜란 당시 파병을 온 명나라 장수가 탐을 낼 정도였다. 창덕궁 후원 영화당에 걸었던 ‘看取淺深愁’(간취천심수·내 마음의 근심은 가늠하기 어렵다) 현판은 선조의 유려한 필체를 보여준다. 숙종은 조선 후기 임금 가운데 가장 글씨를 잘 쓴 것으로 평가받는다. 경희궁 용비루에 걸었던 ‘皎月如燭’(교월여촉·달이 촛불처럼 밝다)’ 현판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숙종의 글씨를 볼 수 있다.

영조는 많은 어필 현판을 제작하게 하고 현판의 형태와 제작 방식에까지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다. 어필 현판이 통치자로서 국왕의 권력과 존재감을 가시적으로 보여 주는 상징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전시회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영조 어필 乾九古宮(건구고궁·왕이 임금에 오르기 전의 옛집) 현판은 영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살았던 창의궁 양성헌에 걸었던 것이다.

박물관 최종덕 관장은 “이번 전시는 어필 현판을 통해 통치자라는 통상적 이미지 뒤에 가려져 있던 조선 시대 군주들의 예술가적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다”며 “국왕의 권위를 드러내는 수단이기도 했던 어필 현판의 상징적 기능을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구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