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수 지음/그림책공작소/각 권 1만2000원 |
제발로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이가 뒤뚱거리며 엄마를 찾는다. 새벽 2시, 나쁜 꿈을 꾼 모양이다. 잠에서 깬 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마를 부른다. 무서운 강아지가 뒤쫓아 올 때, 목욕을 하다 눈에 거품이 들어갔을 때, 새로운 장난감에 눈독을 들이때도 가장 먼저 찾는 건 엄마다. “엄마, 엄마, 엄마….”
그랬던 아이에게 이제 엄마는 가장 만만한 사람이다. 옷이 마음에 안 든다고 투덜대고, 술을 마시는 걸 걱정하는 엄마에게 등을 돌린다.
언제든 곁에 있어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 어떤 불평을 늘어놓더라도 웃는 얼굴로 받아주는 사람인 엄마의 소중함을 진정코 깨달을 때는 언제쯤일까. 그맘때 엄마는 영원히 떠나고 마지막으로 부르는 엄마는 더없이 슬프다. ‘엄, 마.’ 그만큼 깊고 다양한 울림을 가진 말은 없다.
아빠는 선생님이다. 자전거, 연날리기, 물수제비, 수영 못하는 게 없다. 아빠처럼 할 수 없어 실망할 때 조용히 북돋워준다.
아이에게 엄마는 언제, 어디서라도 기댈 수 있는 친구이고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영웅이다. 그 아이가 커서 엄마, 아빠가 되어 큰 사랑을 전한다. 부모와 아이가 만드는 아름다운 순환이 아름답다. 그림책공작소 제공 |
항상 지켜주는 아빠가 있어 나도 잘할 수 있다고 자부하며 아빠는 점점 아이에게서 잊혀져 간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커다랗고 힘 있는 아빠의 모습은 사라지고 “늙고 허름한 모습의 아버지가” 있다. 넓은 어깨는 구부정해졌고, 넘어질 때마다 일으켜세워 주던 손은 쭈글쭈글해졌다.
글이 많지 않은 동화책이다. ‘나의 엄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만 등장한다. 하지만 그림과 어우러지며 엄마와 아빠가 우리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잔잔하게 전하는데, 여운이 짙다.
책은 아이들도 언젠가는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언젠가는 가장 친한 친구이며, 가장 든든한 스승이 되어있음을 알려준다.
작가는 이름만 불러도 눈물이 날 것 같은 엄마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영웅 아빠의 사랑을 담아 부모의 의미와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을 전한다. 마침 5월이고, 8일은 어버이날이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 부모와 자식이 만드는 아름다운 순환을 음미해 볼만하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