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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아닌 필수가 된 드라마 속 PPL '양날의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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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 간접광고 ‘홍수’
“이게 목이 편해서 잠을 푹 자. 내가 자보니까 최고야!”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에서 극중 배우 양희경이 이순재와 강부자 부부에게 베개를 선물하며 한 말이다. 뜬금없는 베개 선물에 이순재 부부의 반응이 시큰둥하자, 양희경은 베개의 기능성을 강조하며 누워볼 것을 권한다. 이내 베개를 베고 누운 이순재는 “편하다”며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누가 봐도 명백한 드라마 속 간접광고(PPL)의 한 장면이다. 이처럼 드라마에서 PPL이 노골적으로 등장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드라마의 상업화’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들은 제작비를 충당하려면 PPL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시청자들은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고 성토한다.

◆선택 아닌 필수가 된 PPL

지난달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PPL로 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드라마 PPL 수익이 10억원 남짓인 데 비하면 3배 이상의 수익을 거둔 셈이다.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배우 송혜교가 바른 립스틱은 방송 직후 판매량이 556% 급증했다.
KBS 방송캡처

이 같은 ‘태양의 후예’ PPL 수익은 여론의 뭇매로 이어졌다. 과도한 PPL 탓에 드라마가 후반부로 갈수록 산만한 전개를 보였기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은 ‘태양의 후예가 아니라, PPL의 후예’라며 조롱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과도한 PPL 문제를 심의 안건에 상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방송가는 ‘PPL을 어떻게 늘릴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PPL로 얻는 수익이 드라마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데다 PPL을 제외할 경우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 드라마 제작관계자는 “드라마의 작품성을 고려하면 PPL을 원하는 제작진은 없을 것”이라며 “제작비 충당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성장하는 PPL시장

일각에서는 PPL의 경제적 효과를 고려했을 때, 무작정 비난하거나 지양할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드라마에 등장한 PPL 상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간 사례들이 등장하면서 PPL의 효과가 입증됐기 때문이다. 특히 한류열풍으로 드라마 속 PPL이 해외시장에서도 효과를 거두면서 각광받는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방영된 ‘태양의 후예’의 경우에도 PPL로 등장한 제품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송혜교가 드라마에서 사용한 ‘강모연 립스틱’은 한국을 찾은 유커들 사이에 반드시 사야 할 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며 매출이 500% 이상 증가했다. 2013년 방송된 SBS ‘별에서 온 그대’는 전지현이 즐겨 먹은 ‘치맥’이 관심을 얻으면서, 특정 브랜드에 국한되지 않은 ‘치맥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2010년 등장한 PPL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방송 광고 시장에서 프로그램 앞뒤로 붙는 광고 실적이 점차 나빠지는 것에 비해 PPL은 시장에서 선전하는 셈이다.

◆‘시청자 거부감’ 해소가 급선무

하지만 PPL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청자의 거부감’을 해소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 때문에 드라마 제작자들은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PPL을 적용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드라마에 등장한 PPL 가운데 호평받은 대표적인 사례가 tvN 드라마 ‘미생’이다. 미생은 드라마의 주 배경인 회사 사무실에서 각종 사무용품이나 먹거리를 PPL로 노출했다. 시청자의 눈에 거슬리지 않으면서 극의 몰입에도 방해되지 않는 최적의 PPL인 셈이다. 
2014년 tvN ‘미생’은 자연스러운 PPL 연출로 회자되는 작품이다.
tvN 방송캡처

이러한 ‘자연스러운 PPL’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작가의 몫이다. 방송 관계자는 “제작비 충당에 급급하다보니 드라마의 배경과 이야기에 걸맞은 PPL만 넣기는 어렵다”며 “그러다보니 작가와 충돌하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토로했다.

김상훈 인하대 언론정보학 교수는 “과도한 PPL은 시청자에게 불편함을 주게 된다”며 “PPL이 등장하는 상황과 상품의 노출이 시너지 효과가 나오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