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아 솔아 푸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어널널 상사뒤/ 어여뒤여 상사뒤// (…) //만나겠네. 엉겅퀴 몹쓸 땅에/ 살아서 가다가 가다가/ 허기 들면 솔닢 씹다가/ 쌓이는 들잠 죽창으로 찌르다가/ 네가 묶인 곳, 아우야/ 창살 아래 또 한 세상이 묶여도/ 가겠네, 다시/ 만나겠네.”
박영근(1958~2006·사진) 시인은 노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원작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뒤늦게 대중에게도 익숙한 이름이 되었지만 그는 철저하게 낮은 곳에 시로 헌신하다 간 인물이다. 부평공단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며 한국에 ‘노동시’의 전범을 구축했던 그의 10주기를 맞아 그의 시와 산문을 망라한 ‘박영근 전집’(전2권·실천문학사)이 완간됐다.
전집 1권(책임편집 문학평론가 박수연)에는 시집으로 출간된 작품 외에도 발표된 많은 시 작품을 찾아서 수록했고, 산문을 모은 2권(책임편집 시인 박일환)에는 그가 역점을 두어 썼던 시평들을 비롯해 문화시평과 미술평, 미발표 유고 등을 두루 모아 엮었다. 시인 연보와 작품 연보도 상세히 작성해 실었다. 박영근전집 간행위원회는 “피상적으로 알려지고 일부분에 집중해 평가되어온 것을 넘어서 노동자 시인, 민중문학의 면모와 이후의 엄정한 현실의식과 시의식의 양상, 시형식의 탐색과 성취 등이 이제 그의 전체 작품을 토대로 엄밀하게 재조명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간행사에서 밝혔다.
지난 7일에는 박영근기념사업회(회장 김이구) 주관으로 부평구청에서 심포지엄과 ‘박영근문학상’ 시상식도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박영근 시인의 노동현장 후배로 전집 발간팀에서 자료조사위원을 맡았던 김난희(고려대 강사)씨는 ‘실험과 미적 완결성을 향한 도정’이라는 발제문에서 “후반기의 미수록 시편들은 박영근의 미학적 고민과 시적 성취를 향한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노동시에 대한 해석의 지평을 달리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른 나이에 시인의 길로 들어서 이른 나이에 시인의 길을 접었지만 박영근은 역사와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게 맞서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문학평론가 박수연(충남대 교수)은 이어진 발제 ‘그리워 사무친 것들-박영근의 시세계’에서 “박영근의 시는 절망을 통과한 사람의 맑은 심성을 표현한다”면서 “그것은 아픔마저 맑게 씻겨가는 자리일 터이고 산그늘처럼 더 깊어진 영혼으로 우리 옆에 있다”고 보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경북 영주 출생으로 2007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한 박승민 시인이 2015년 ‘리얼리스트’ 상반기호에 발표한 ‘살아 있는 구간’으로 2회 박영근 작품상을 수상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