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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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적으로 살펴본 나폴레옹… 초인인가, 파괴자인가

프랭크 매클린 지음/조행복 옮김/교양인/3만8000원
나폴레옹-야망과 운명/프랭크 매클린 지음/조행복 옮김/교양인/3만8000원


철학자 헤겔은 나폴레옹을 일컬어 ‘말을 탄 세계 정신’이라고 극찬했다. 니체는 그를 초인으로 표현했고, 톨스토이는 나폴레옹을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666의 인간’으로 묘사했다. 반면 인간에게 불을 전해주고 영원한 고통의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 또는 ‘죽음과 파멸을 부르는 괴물’이라는 등의 비난도 많았다.

이 책은 나폴레옹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평전이다. 200년이 지난 지금도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인물이 나폴레옹이다. 평가가 엇갈리는 이면에는 그의 수수께끼 같은 심리적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는 왕족이나 귀족 가문 출신도 아니었다. 사실상 ‘흙수저’에서 출발했다. 코르시카 출신의 포병장교가 황제에 오른 것은 비범한 능력과 의지에 따른 결과였기에 후세인들은 열광했다. 프랑스혁명 이후의 정치 변동은 그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비범함이 없었다면 그 또한 의미 없는 것이었다.

나폴레옹은 평생 수많은 책을 말 위에서 탐독했다. 학술원 회원들과 토론을 벌일 정도로 지적 수준도 뛰어났다. 나폴레옹은 군사적 재능을 겸비한 르네상스형 인간이었다.

일부 연구자들은 나폴레옹을 히틀러와 스탈린에 빗대어 풀이한다. 그러나 저자는 부정한다. 나폴레옹은 이따금씩 잔인했지만 원한을 품지 않았고 감상적이었다. 나폴레옹의 감수성은 히틀러나 스탈린의 감수성과는 몇 광년 떨어져 있었다. 실제 나폴레옹은 충분히 무자비하지 못했다. 나폴레옹은 구식 전제군주의 기질은 지녔어도 전체주의적 독재자의 기질은 없었다.

나폴레옹은 오늘날 유럽 통합의 ‘시험 버전’이라는 풀이도 있다. 나폴레옹의 업적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것은 모든 국가가 평화롭게 연합하는 ‘범유럽동맹’이었다. 이를테면 첫 유배지 세인트헬레나에서 측근에게 미래 유럽 통합을 꿈꾸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나폴레옹의 유럽과 진정한 연방주의 사이에는 아무런 공통점도 없다. 나폴레옹의 유럽은 언제나 프랑스의 이익에 종속된 위성국가들의 집합체였다”고 폄하했다.

저자는 나폴레옹의 심리적 특징으로 모순적 성격을 꼽는다. “수학자와 낭만적 몽상가 사이의 모순, 합리성과 비합리성의 충돌이다. 그는 논리적이고 수학적인 명료함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나폴레옹은 대군을 지휘할 위대한 장군은 아니었다는 비판도 있다. 고작 연대 단위의 병력을 지휘할 수준이었다는 것. 그를 위대하게 만든 것은 프랑스 장군들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알렉산드로스를 벤치마킹했다. 나폴레옹에게 알렉산드로스는 이집트, 러시아 원정 같은 무모한 모험을 감행하게 한 무의식적인 동기가 되었다.

정승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