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 무너지면 사회기반이 무너지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아동학대 예방과 건강한 가족 가치의 확산을 위해 올해부터 정기적으로 가정의 날이 있는 주간을 부모교육주간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가정문화의 신장을 위해 부모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집단문화의 속성을 갖는 가정문화에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이 길러지는 것은 마을문화와 연결될 때 가능하다. 이웃의 이목과 본받음 속에서 가정문화가 자리 잡기 때문이다. 이에 가정문화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마을 문화의 재건에도 힘쓰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 가정이 해체 위기를 맞게 된 원인은 핵가족화와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환경이 가족 간의 소통을 단절시킨 데에도 있지만 공동체로서의 마을 문화 상실이 가져온 부작용이기도 하다.
이덕봉 동덕여대 명예교수·전 한국교육문화융복합학회장 |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공동주택의 공동체문화 활성화 프로그램과 천안 D아파트의 주민 주도형 다사랑 축제, 용인 수지구 D아파트의 다양한 동호회 활동, 대구 달서구 D아파트의 주민 음악회, 서울 상도동 S아파트의 거마 대회와 같은 우수 공동체 활동에서 보듯 공동주택형 마을문화의 가능성을 본다. 사라진 마을 문화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단지마다 공동 시설을 확충하고 공동생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최근의 신축아파트에 커뮤니티센터와 같은 공동 시설이 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보다 효율적으로 마을문화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모든 아파트의 동 단위로 커뮤니티 공간이 의무화돼야 한다. 집단 주택에 걸맞게 행정 단위를 개편하고, 공동주택형 마을 문화 활성화 정책을 수립해 지자체와 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연계된 주민 자치 활동이 전개돼야 한다. 공동체의 형태는 크게 달라졌는데 행정과 주민이 무책임하게 수수방관한다면 문화 회복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건강한 가정 문화의 산실인 마을 문화를 되살려 가정이 화목하고 마을이 학교가 돼 가족의 사랑과 마을 이야기가 아이들의 소중한 추억이 되게 해야겠다.
이덕봉 동덕여대 명예교수·전 한국교육문화융복합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