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지난해 강원도의 한 농촌마을에서는 70대 남성이 흉기로 80대 동네 주민을 수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A(76)씨는 자신의 집 거실에서 B(81)씨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말다툼이 생겼다.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B씨의 말에 화가 난 A씨는 부엌에서 흉기를 가져와 이 같은 일을 벌였다. A씨는 현재 살인미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같은 해 강릉에서는 자신에게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흉기로 찌를 듯이 위협한 60대 노인이 구속되기도 했다.
노인 간 갈등이 자살과 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빠르게 늙어가는 대한민국에서 노인 간 갈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인갈등에 대한 현황파악이나 통계는 전무하다.
지난해 7월 경북 상주에서 할머니 2명이 숨진 ‘농약 사이다’ 사건은 노인 간 갈등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대표적 사례이다. 박모(83) 할머니는 피해 할머니들과 어울려 푼돈을 건 화투놀이를 하다 이 중 한 명과 다퉈 마을회관의 사이다에 농약을 탄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올 1월에는 충남 부여에서 ‘농약 두유’ 사건이, 지난 3월에는 경북 청송에서 ‘농약소주’ 사건이 각각 발생했다. 지난 2월에는 경기도 화성에서 70대 남성이 엽총으로 80대 친형 부부를 총으로 살해한 후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노인범죄 증가는 1차적으로는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것이다. 1980년 3.8%에 불과했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15년에는 13%를 기록했다. 경제적 빈곤이 노인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통계청의 연령대별 빈곤율 조사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빈곤율은 48.6%(2011년 기준)로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 12.6%(2015 OECD 보고서)의 4배 수준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노인 강력범죄의 경우 대부분 우발적”이라며 “갈등이 장기간 누적되다 극단적 결과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인 간 갈등은 노인왕따를 비롯한 ‘노노(老老)학대’로 나타나기도 한다. 노노학대는 60대 이상 고령자가 다른 고령자를 괴롭히는 현상으로, 배우자 학대와 고령의 자녀에 의한 부모 학대 등이 포함된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14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학대 사례 중 노노학대는 2010년 944건, 2011년 1169건, 2012년 1314건, 2013년 1374건, 2014년 1562건으로 지난 5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명희 연화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소장은 “갈등으로 자살 등 문제가 발생해도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실제로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사례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갈등이 극단적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은 의사소통기술 부족과 좁은 사회관계망, 사회적 지위를 잃어버린 데 대한 상실감, 가족과 사회로부터 느끼는 소외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회에서 밀려났다는 스트레스를 겪다가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끼면 순간적으로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인갈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취약한 관계망과 지역 내 관계갈등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생계와 같은 일차적 보호 중심의 상담은 진행되고 있지만 노인들의 심리적 행복감 등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박지영 상지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갈등을 중재하는 구성원이 있다면 심각한 문제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만큼 공동체 회복이 필요하다”며 “낯선 사람보다는 노인들과 신뢰관계가 쌓인 마을 구성원이나 종교기관 등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제 경북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건강과 빈곤보다 노인의 역할 소외와 고독에 원인이 있다”며 “다양한 취미와 문화, 예술, 봉사활동 등 좋은 휴식으로 사회관계망을 넓힐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