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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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컷의울림] 고통마저 소중한 십자가 수행

‘완전히 행복한 인생도 없고 완전히 불행한 인생도 없다’는 말에 위안을 받을 때가 있다. 마음이 들끓어오를 때,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 곁을 지키고 있는 소중한 것들이 있다. 내 아이의 웃음, 부모님의 격려, 친구의 한마디…. 옆에 있어 좋은 것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있다. 고통은 위선이나 허명, 욕망 같은 부나방을 태우고 진정한 친구를 만나게 해주는 관문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준다.

이러한 고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스페인 룸비에르의 한 작은 마을에서는 매년 십자가를 지고 가는 이들의 행진이 이어진다. 지난 22일(현지시간) 검은 사제복을 입은 참가자들이 마을 언덕 꼭대기에 있는 ‘트리니티 예배당’을 향해 고통을 나르고 있다. 이들에게 살아 있어 좋은 것 중 하나는 사랑일 것이다. 마음의 일그러짐으로 주저앉고 싶을 때 그런 내 마음을 어딘가에 나르는 심정으로 고통을 견뎌보면 어떨까. 고행 길을 자청하고 나선 이들에게서 일그러진 마음을 끌어안는 용기를 얻는다.

이현미 기자·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