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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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문화재] 궁궐 수호의 마스코트 잡상

경복궁이나 창덕궁과 같은 궁궐 건축을 보면 지붕 위에 흙으로 구워 낸 작은 동물 형상들이 놓여 있다. 지붕의 날렵한 선과 어울려 카메라에 멋드러지게 잡히기도 하는데, ‘잡상(雜像)’이라 불리는 것들이다.

우리 옛 건축은 나무를 다듬어 만든 목조건축이어서 화재에 취약하다. 건물이 화재로부터 안전하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여러 상징적인 장치를 해둔 것도 그래서다. 잡상도 그 가운데 하나로 불기운과 잡귀를 물리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잡상은 임금과 관련된 건축물에 사용되었는데 경복궁의 경우 광화문, 흥례문, 근정문과 같이 임금이 출입을 하거나 근정전, 사정전, 대조전과 같이 임금이 집무를 보고 잠을 자는 건물에 사용되었다. 수량도 다양하여 적게는 3개에서 시작하여 홀수 단위로 11개까지 놓인다. 경복궁 경회루 지붕 내림마루의 잡상(사진)이 11개로 가장 많다.

잡상에 대한 기록이 처음으로 보이는 17세기 의궤에 따르면 ‘손행자’, ‘손행자매’, ‘준견’, ‘준구’, ‘마룡’, ‘산화승’, ‘악구’ 등으로 잡상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얼핏 보면 사람 같기도 하고 동물 같기도 한 잡상은 시간이 흐르면서 뭇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되었고, 좀 더 친근한 명칭을 갖게 된 듯하다. 20세기 초에 간행된 자료에는 조선 후기에 중국으로부터 전래되어 민간에 널리 알려졌던 소설인 서유기(西遊記)의 등장인물을 따라 이름을 지었다. ‘대당사부’, ‘손행자’, ‘저팔계’, ‘사화상’, ‘이귀박’, ‘이구룡’, ‘마화상’, ‘삼살보살’, ‘천산갑’ 등의 기록이 그것이다. 나쁜 요괴를 물리치고 불법(佛法)을 수호하면서,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손오공, 저팔계가 활약했듯이 잡상에 이들의 이름을 붙여 잡귀를 물리치고 건물이 오래가기를 기원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잡상은 ‘어처구니’로도 알려져 있는데, ‘어처구니’는 ‘상상 밖의 큰 사람이나 사물’을 뜻하므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조상순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