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평화공세로의 전환은 이번 당 대회의 특징 중 하나인 대남 및 대외관계 엘리트의 약진에 기초하고 있다. 당 대회 개최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 최고의 권력기관인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에서 외교 관련 인사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지난 20일 사망한 강석주 당 중앙위원회 국제담당비서뿐이었다. 그러나 당 대회 이후에는 리수용 전 외무상이 당정무국 국제담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에 임명돼 과거 강석주보다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리수용 후임 외무상으로 임명된 리용호는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돼 정치국에서 외교를 담당하는 파워 엘리트가 3명으로 늘어났다. 북한에서 내각의 외무상은 오랫동안 정치국 후보위원의 직위도 차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나 이번 당 대회를 통해 당 최고 권력기구에 진입했다. 이에 향후 김정은은 핵보유국 지위를 확고히 하면서 대외관계를 전향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조윤영 중앙대 교수·국제 정치학 |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8월 말로 예정돼 있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연합훈련 전까지는 핵실험을 유보하고 대화 공세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또한 북한은 대북제재 국면 탈피를 위해 대남 도발을 자제하면서 남북대화를 비롯한 유화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남북관계에서 김정은이 통일사업을 주도한다는 명분을 대내외적으로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더불어 한반도 주변 강대국 등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대결과 갈등보다 대화와 협력의 남북관계가 유리한 측면을 조성할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에서 국제적 이미지 제고와 함께 일본과 미국에의 접근을 위한 환경조성의 차원에서라도 대남 유화적 태도를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평화공세전술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을 경우 북한은 미국 신정부의 대북정책의 전환과 남북관계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대남 강경정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북한은 제5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그리고 한반도의 국지적 도발 등의 위기 고조를 통해 무력충돌의 가능성을 포함하는 한반도의 불안정을 급격히 상승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파국을 모면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비핵화를 위한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국제공조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비핵화를 위한 제재만을 강조하기보다 제재와 협상이 잘 융합될 수 있는 단계별 제재 전략이 필요하다. 북한이 대화공세에서 비핵화의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태도 전환을 기대해 본다.
조윤영 중앙대 교수·국제 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