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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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기수론’이끄는 잠룡들] 새누리 원희룡 제주지사

“여당 계파 초월 사람·조직 싹 바꿔야”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 부재 속에 50대 기수로 주목받는 원희룡(사진) 제주지사는 26일 20대 총선 참패 이후 당 수습방안과 관련, “계파를 배려하는 인사를 통한 단순한 대열 정비로는 여당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최경환 의원과 비박(비박근혜)계 김무성 의원이 지난 24일 정진석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혁신 비대위 구성 등 당 수습책에 합의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원 지사는 제주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복지정책 후퇴 등 국민이 분노하는 점에 대해 여당이 계파를 떠나 진지한 토론을 통해 자성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총선에서 국민이 여당에 준 메시지는 계파를 초월해 집권당이 위기의 대한민국호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청와대 비판 등) 금기영역이나 당내 진영 논리를 뛰어넘어 치열하게 토론해 합의를 이루고 이를 토대로 지도자를 세워 사람과 조직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당 수습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정 원내대표에게도 조언을 했다. 그는 “정 원내대표가 자신을 비판하는 당내 인사들은 자신을 찾아와 상의도 하지 않는다며 군기를 잡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정 원내대표가 당내 비판세력을 적극 설득해 자신을 떠받칠 수 있도록 만들어 당 수습과 쇄신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그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선출마 시사와 관련, “이번 대선출마 시사는 반 총장의 남은 임기 7개월 동안 국내에서 반 총장의 대망론에 대한 갑론을박이 진행돼 이슈화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며 “적절한 시기에 자신을 여권 유력 대선주자군의 상수로 만드는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선에 출마하면 반드시 당선이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국민들이 답답해하는 현안에 대한 치열한 성찰과 그를 통한 해법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연말 임기를 마치고 나면 당내 경선까지 몇 달이 남지 않아 그런 점을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을지는 다소 걱정이 된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여권발 정계개편론에 대해 “아직은 국민들이 바라는 구체적인 미래비전과 안정적 지지를 보낼 정치집단의 성격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민적 요구와 시대 정신을 어떻게 읽느냐, 여야 대선 주자군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여당 내부의 변화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개 개편의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그는 여당에서 제기되는 50대 기수론과 관련, “여당의 총선 참패로 기존의 대선 판도에 중대한 변화가 온 건 맞다”면서도 “새누리당이 무엇을 혁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깊은 성찰과 그에 따른 실천이 먼저이고, 저와 남경필 경기지사 등 50대 자치단체장에겐 대선 출마에 대한 고민이 그 다음이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수시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신중히 검토할 것을 당부했다. 원 지사는 “수시청문회법이 행정부에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소야대 국회에 협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그에 따르는 대가도 톡톡히 치를 수 있는 만큼 종합적인 판단을 신중하게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총선 참패에 책임이 있는 현기환 정무수석을 유임시키는 등 국정 스타일을 바꾸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했다. 원 지사는 “국민이 변화를 원하고 있는데 국정 전반에 걸친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내놓는 데 인색하면 국정 주도권을 회복하기 힘들다”며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일방적 국정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국민이 원하는 이상의 파격적인 변화를 보여야 국정을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현재 시행 중인 민간과의 협치에 대해 “문화 분야는 협치의 성과가 있었다”면서도 “농업과 환경 분야는 다소 미진해 앞으로 더욱 성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귀포=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