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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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원료 섞어 '순수 한방 당뇨약'이라며 수십배 폭리취한 유명 한의원 원장

중국에서 의사의 처방없이 의약품 원료를 밀수한 뒤 한약재와 섞어 만든 약제를 '순수 한방 당뇨약'이라며 속여 15~25배의 폭리를 위해 수십억원을 챙긴 한의사들이 붙잡혔다.

30일 서울시 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은 약사법,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 위반 혐의로 한의사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 강남구 유명 한의원 원장 A씨는 2005년부터 올해 초까지 불법으로 당뇨 치료제 3399㎏을 제조해 1만3000여명에게 팔아 3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중국을 15차례 드나들며 현지 판매상에게 당뇨 치료제의 주성분인 메트포르민과 글리벤클라마이드 등 원료 1050㎏을 사들여 국내로 몰래 들여왔다.

여기에 한약재를 섞어 환(丸) 형태로 만들고 이를 '순수 한방 당뇨약'이라고 속여 환자들에게 300g(1개월분)에 23만∼35만원씩 받고 팔았다.

A씨 한의원 탕전실에서는 사용기한이 3년 지난 목통(木通)을 비롯해 사용해선 안 되는 한약재 42종이 발견됐다.

A씨는 한약재 환에 색을 내려 식품 원료로 사용해선 안 되는 숯가루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사경 관계자는 "약국에서 판매하는 당뇨치료제 1개월분 90정의 가격은 1만4천500원 수준"이라며 "A씨는 성분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원료를 사용해 불법 의약품을 만들고, 15∼25배의 폭리를 취했다"고 했다.

A씨는 자신이 만든 불법 당뇨 치료제를 서대문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B씨와 대구의 한 한의원 원장 C씨에게도 공급했다.

B씨는 A씨와 마찬가지로 불법 제조된 당뇨약을 '순수 한약'으로 속여 15만∼35만원을 받고 환자들에게 팔았다.

C씨는 원료를 직접 사들여 불법으로 당뇨 치료제를 제조해 유통하기도 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