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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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와 만납시다 下] 나도 찾고 네 손도 잡고…'single 벙글' 템플스테이

“좋은 날씨에 좋은 분들과 함께 만나서 정말 감사합니다.”

“내일 떠날 때는 아쉬움을 느낄 만큼 알찬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바쁘게 살다 보니 결혼이나 연애를 생각해볼 틈이 없었어요. 좋은 인연도 만들고, 이런저런 생각도 해 볼 기회를 찾아 오게 됐네요.”

참가자들의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주변 사람 귀띔으로 왔다는 사람이 있었다. 오기 전까지 고민한 참가자도 있었다. 회사 모임에 빠지고 왔다는 한 참가자는 자기를 이해해 준 ‘윗분’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듀오 이명길 연애코치 지도로 두 시간 정도 진행된 강의, 연꽃등 만들기 시간에도 참가자들 얼굴은 밝았다. 취침 전 티타임으로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그렇게 경기도 흥국사에서의 '만남 템플스테이' 첫날밤이 깊어갔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어제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티타임으로 마음을 연 것일까? 아침 공양 후, 자유시간이 주어지자 마당 여기저기 걷는 ‘짝’을 발견했다. 오전 4시 기상에 이은 새벽예불과 108배에도 참가자들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거의 없었다.

흥국사의 한 관계자는 “좋은 징조”라고 웃었다.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 겉으로 보이는 확연한 변화가 밝은 앞날을 암시했다. 나무 아래를 거니는 두 남녀는 다가올 주말 따로 만날 게 분명하다.

회향 전 참가자 세 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30대 여성 A씨는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은데, 새로운 사람도 만나게 돼 좋았다”며 “남녀 만남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유익한 시간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A씨는 “어제는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하루가 지나니 다들 친해진 분위기”라고 웃었다. 그는 “여러 사람과 만나 이야기 나누는 동안 서로를 알아갔다”며 “소개팅 같은 의무적인 만남과는 차이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20대 남성 B씨는 “다른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좋은 시간을 보낸다는 게 쉽지 않다”며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인연”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일에 정신 팔려 지냈지만, 이제야 여유를 좀 찾았다”고 했다. 이어 “템플스테이가 여유를 선물했다”며 “나를 되돌아볼 시간을 가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마신 차 한 잔.


30대 남성 C씨는 “절은 낯선 곳”이라며 “하룻밤 사이 갑자기 내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아침에 마신 차 한 잔과 다른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조금은 변한 것 같다”고 웃었다.

C씨는 “만남 템플스테이가 오래 유지됐으면 좋겠다”며 “참가자들도 긴 인연을 이어갔으면 한다”고 소망을 내비쳤다.

연애특강으로 박수를 받았던 이 코치는 “(참가자들이) 좋은 짝을 만났으면 좋겠다”며 “템플스테이로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도 갖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코치는 “많은 사람들이 이성 평가는 잘하지만, 자기 평가는 서툴다”며 “내가 이성이라면 ‘나 같은 사람과 연애하고 싶을까’라고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코치는 “이성의 눈에 비친 나를 만나는 것도 ‘만남 템플스테이’가 주는 소중한 경험”이라며 “비록 이번에 인연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누군지를 깨달음으로써 향후 좋은 사람 만날 준비를 하셨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