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서 이장은 “해마다 5월 말이면 반딧불이가 밤 나들이를 시작해 신비스런 장면을 연출한다”며 “가장 많은 개체수를 볼 수 있는 기간은 6월 중순까지 보름가량”이라고 말했다. 오후 9시 무렵 어두운 풀숲에서 하나둘 초록 불빛을 밝히기 시작한 반딧불이는 자정이 되자 계곡과 농경지 주변으로 넓게 퍼져 폭죽놀이라도 하는 것처럼 거대한 군무를 펼쳤다. 개똥벌레라고도 불리는 반딧불이는 환경이 깨끗한 곳에서만 서식한다. 과거에는 농촌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산업화와 농약 사용 등으로 자취를 감춰 현재는 이름난 서식지를 찾아가도 운 좋아야 만날 수 있는 귀한 존재가 됐다. 안기수 충북도농업기술원 병리곤충팀장은 “국내에는 애반딧불이·운문산반딧불이·늦반딧불이 3종이 있는데, 안터마을에 서식하는 것은 운문산반딧불이”라고 말했다.
이 마을은 반딧불이의 황홀한 군무를 도시민에게 보여주기 위해 해마다 이맘때 여름문화체험장을 운영한다. 올해는 지난달 28일 체험장을 열었다.
체험객은 주민을 따라 마을 주변의 산길을 거닐면서 반딧불이 체험을 하고, 마을회관에 모여 반딧불이 변태 과정 등 생태도 관찰할 수 있다. 1 인당 5000원(실내 체험은 2000원)의 체험료를 내야 한다.
마을회관에는 영남대와 충북도농업기술원에서 기증받은 반딧불이 생태수족관과 사육장 등이 있다. 이 마을 박보용 사무국장은 "마을회관에는 500마리가 넘는 반딧불이가 있고, 지금은 보기 어려워진 민물 가재 등을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옥천군은 이 지역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4년 전 문화재청이 현장조사에 나설 때만 해도 무주 등에 비해 개체수가 적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주민들의 노력 덕분에 최근 개체수가 급격히 불어난 만큼 반딧불이의 서식환경 조사와 더불어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 등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옥천=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