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명칭과 방식은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현충일과 비슷한 기념일을 제정해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에 대한 예우를 하고 있다. 미국의 메모리얼데이(5월 마지막 월요일), 영국의 리멤버런스데이(11월 11일), 호주와 뉴질랜드의 안작데이(4월 25일) 등이 그것이다. 우리의 경우에는 현충일을 비롯해 6·25전쟁, 6·29 제2연평해전이 일어난 6월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국민의 호국보훈의식과 애국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했다.
유영옥 (사)국가보훈안보연구원장 |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보훈 문제는 정치권력의 이념적 판단에 의해 좌우돼서도 안 된다. 상황에 따라 어느 집단은 더 많은 혜택과 보상을, 또 어떤 집단은 열악한 보상을 해주는 차별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 차별은 또 다른 갈등을 낳게 되고 국론분열을 가져와 안보위협의 빌미가 된다.
특히 보훈정책은 사회복지의 문제와 다르다. 사회복지는 주로 사회 약자의 삶의 질을 최소한 보장해 국민의 구성원으로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적인 정책이다. 그러나 보훈대상자는 국가를 위해 육체적·정신적으로 헌신한 분이므로 희생행위에 적합한 보상이 일관성 있게 이뤄져야 한다. 국가 구성원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 부여가 될 때 우리의 안보는 보다 강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올라 풍요를 누리는 것은 호국영령의 희생이 초석이 됐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광복 이후 7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도 한반도는 분단의 원인이 된 냉전의 역사를 청산하지 못하고 갈등과 대립을 지속하고 있다. 남북 간·남남 간의 이념갈등, 요컨대 대한민국의 현대사적 전개로 볼 때 이념갈등은 분단을 초래했고 국민통합에 커다란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분단 극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와 있다고 생각할 때 국가보훈정책을 바르게 세우는 것은 물론 적극적인 보훈교육을 통해 국민통합과 안보의식을 고취시켜 통일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독립운동가인 박은식 선생은 “정신이 없는 민족은 살아남을 수 없고, 국가의 흥망성쇠는 나라의 크기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국민정신에 달렸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적합한 예우와 호국정신을 함양해 튼튼한 안보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평화통일의 지름길은 호국영령을 기리며 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임을 현충일인 오늘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유영옥 (사)국가보훈안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