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욱(오른쪽) 구본회 몬돌키리 공동대표. |
김 대표는 최근 애니 캐릭터 뿌까와 묘&가를 만든 부즈( www.vooz.co.kr)로부터 400만원을 지원받아 자수까지 박을 수 있는 최신형 공업용 재봉틀을 마련하게 됐다. 사회적 가치는 갈수록 흐려지고 물질적 효용만이 각광받는 요즘, 몬돌키리의 의미는 버려질 운명의 폐간판을 예쁘장한 ‘명품가방’으로 바꾸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
수선병 출신의 김민욱 대표가 업사이클링 가방 디자인을 고민하고 있다. |
경남 진주가 고향인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함께 몬돌키리를 이끌고 있는 구빈회 대표(경남과기대 전자상거래무역학과 동기), 그리고 다른 동기 2명과 캄보디아로 여행을 떠났다. 대학 졸업이 코앞으로 다가온 입장에서 머리도 식히고 앞으로의 진로도 차분하게 고민해보자는 절박함이 컸다.
그런데 앙코르와트 사원 관광 직후 찾았다는 언짠 마을은 솔직히 기분전환보다는 참담함이 더 앞섰다. 김 대표의 처지도 제 코가 석자였지만 3000명 주민 평균 수명이 마흔살이 채 안되고 그곳 아이들 또한 중학교만 마치고 나면 동생들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제 열살도 안된 어린 친구들인데 알게 모르게 가족 생계까지 걱정해야하는 형편이었던 것이다.
같이 갔던 일행도 김 대표와 같은 생각이었다. "우리보다 더 불쌍한 얘들이 있었어."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 만에 다시 언짠 마을을 찾았다. 능력도, 여유도 없는 처지였지만 그 아이들이 계속 눈에 밟혔다. 뜻이 있으니 길이 보였다. 지방대 출신으로 당장의 취직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다른 나라 어린 친구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정말 ‘이제는 한계다’라고 자포자기할 즈음 새로운 돌파구가 나타났다. ‘코리아 형’들이 온다는 날이면 언짠 아이들 수십명이 동네 앞으로 마중을 나왔다. "어린 친구들이 이 쓸데없는 간판 가져다 어디다 쓰게!" 했던 진주 어른들은 어느 순간부터 "기특하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신다. 가방 물량은 최소 2000개라고 못을 박았던 서울 면목동 ‘사장님’은 "사정이 정 그렇다면 내가 해야지 뭐"라고 툴툴댔다.
쉐어앤케어 기부 방식은 후원사가 '얼마 정도 사회적 공헌을 하고 싶은데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느냐'고 제안하면 쉐어앤케어가 그에 부합하는 공익 그룹을 찾아 연결해주는 형태다. 그 과정에서 페이스북 '좋아요' 건당 200원, '공유' 1000원 식으로 사회적 여론을 환기시킨다.
쉐어앤케어에 앞서 소셜크라우드펀딩 와디즈( www.wadiz.kr)가 있었다. 좀더 전에는 지역 일간지의 ‘캄보디아에 망고 희망숲 만든다’는 1면 기사가 있었고 또 그 전에는 대학 친구들과 대전 한남대 애니메이션학과 학생들의 ‘재능기부’ 덕을 많이 봤다. 무엇보다 가족들 응원이 컸다고 한다.
몬돌키리는 여전히 힘들다. 그렇지만 마음만은 행복하다. 성과는 아직도 미흡하지만 진심만큼은 "통하는 것 같다" 싶어서다. 동료가, 가족이, 친구가 그리고 사회까지 응원을 해주고 있다. 김 대표는 요즘 코트라 사회적기업 교육과정을 듣고 있다. 고용노동부로부터는 8000여만원 지원금도 약속받았다.
처음엔 패기로, 치기로 시작했던 일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뭔가 길이 보이는 것 같다.
"제 좌우명이 ‘경험은 절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예요. 이렇게 말은 하지만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어요. 그런데 조금씩 확신이 생기는 것 같아요. 물론 돈 많이 벌고 싶죠. 그래서 캄보디아에서 창업 아이템을 찾았던 것 같아요."
최근 새 아이템 때문에 서울 봉제공장에 올라온 김 대표는 광화문서 세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청춘'과 '행복'을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약간 생각이 달라졌어요. 결과가 어떻든간에 지금 이순간 내가 스스로 만족스럽고, 떳떳하다면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자산이고 행복 아닌가 싶어요."
송민섭·박윤희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