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창조물이 자연이라면 인간의 창조물은 예술이 아니던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신과 인간, 자연과 예술에 대한 인식과 관계 설정에 차이가 있지만, 인간의 처지에서 바라볼 때, 신은 삶의 지표요 자연은 삶의 터전이며, 예술은 삶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삶의 과정이 진실하면 아름답지만, 진실을 잃으면 醜(추)하다.
예술은 우리 지친 영혼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도 하고 때로는 오염된 영혼을 씻어주는 해독제 역할도 한다. 근래의 우울한 경제 지표와 경색되어가는 남북 관계 속에서도 그나마 희망의 씨앗을 뿌려주는 것은 한류 예술문화의 새바람이었다. ‘겨울연가’와 ‘대장금’과 같은 TV 드라마에서 출발한 한류가 K-팝이나 영화와 같은 대중문화를 거쳐 이제는 클래식, 문학, 발레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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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 조성진 |
무엇보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를 가지고도 상대적으로 열세를 면치 못했던 문학에서의 첫 수상 소식에 기립박수를 보낸다. 맨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로 영어권에서는 최고 권위의 상으로 꼽힌다. 부커 그룹이 주최하고, 맨 그룹이 후원하는 본 상의 대상은 영국에서 출판된 영어 소설 작품이다. 1969년 첫 시상이래 2005년부터는 맨 부커 국제상이 추가되어 오늘에 이른다.
이번에 한강이 받은 맨 부커 국제상은 영국의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Deborah Smith)와 함께 받았다. 소설가 한강이 문학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데는 번역가의 공도 컸다. 데버러 스미스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할 무렵 번역가가 되기로 결심하였는데, 마침 영국에 한국어를 전문으로 하는 번역가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가 한국어를 독학으로 익히기 시작한 지 1년 만에 한글을 터득했다는 사실이 사뭇 놀랍기만 하다. 이로써 ‘한글은 배우기 쉬운 과학적 언어’라는 실증적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세종대왕의 미소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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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 부커상을 받은 한강 작가(오른쪽)와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 |
문학과 무용계의 축제 분위기와 달리 미술계에서는 대중가수 조영남의 ‘대작 논란’으로 화가, 화랑, 소장자 모두 내홍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화투 그림을 대신 그렸다고 폭로한 송기창 외에 다른 화가 두세 명도 조씨의 그림을 대신 그려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남으로써 가뜩이나 활기를 잃고 있던 미술계가 더욱 술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28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6 쎄시봉 친구들 콘서트’에서 조씨는 “어른들이 화투를 가지고 놀면 안 된다고 했는데, 너무 오래 가지고 놀다가 쫄딱 망했다”면서 현 상황을 코믹하게 풀이했다. 문제는 대필이 아니라 진실성의 문제이다. 진실성은 양심에서 우러나는 법인데 그러지 못한 게 안타까울 뿐이다.
어쩌면 백남준의 ‘예술은 사기’라는 멘트를 잘못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이 말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겠지만, 내 생각에는 예술세계는 전혀 현실이 아닌 창조된 세계라는 뜻에서 내뱉은 화두로 생각된다. 곧 창조에 대한 역설이라고 본다. 칸트가 말한 “미(美)에는 객관적 논리가 없다”는 말일 수도 있다.
그래도 한류는 흐른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한류도 그렇게 흐른다. 문제는 높은 곳에 흘려보낼 물이 없으면 건천이 되고 만다. 따라서 한류를 줄곧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문화의 물을 높은 단계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문화는 공기처럼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래서 장벽이 있을 수 없다. 북한처럼 높은 장벽을 쌓더라도 문화는 어떤 식으로든 파고들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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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인 박사 조각상 |
한류 문화는 칼날 없는 무기이다. 문화는 국력이나 인구수, 경제 수준과도 무관하다. 이 문화란 무기로 잘만 무장하면 단 한 자루의 칼도 없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한류 열풍은 한국문화의 대장정이다. 한류는 열풍이라도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한류(韓流)를 넘어 한해(韓海)를 이루는 그날까지….
권상호 서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