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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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왕복선 수송기 '와일드캣' 싣고 은밀한 한국행

와일드캣

해군이 운용할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이 지난 13일 오후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총 8대가 도입되는데 1차분 4대가 대형 수송기에 실려 한국에 들어온 것이다.

와일드캣 도입은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 도입을 검토하게 된 배경이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이다. 해군은 당시 허술한 대잠수함전 능력을 개선하고자 해상작전헬기 20대를 들여오기로 했다. 이에따라 해군은 2011년 11월 1차 사업으로 8대를 해외에서 구매하는 계획을 세웠고, 2013년 1월 와일드캣을 해당 기종으로 선정했다.

와일드캣 도입에는 북한 잠수함 어뢰에 피격된 천안함의 악몽을 재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셈이다. 북한 잠수함 킬러로서 기대를 모았던 사업이기도 하다.
와일드캣은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가 장착된 세계 유일의 헬기다.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의 최대 난제였던 미국 정부의 AESA 레이더 기술이전 거부로 논란이 됐던 바로 그 레이더다. 와일드캣을 제작한 아구스타웨스트랜드(AW)사는 핀매카니카사의 헬기 사업부다. 핀매카니카 AESA 레이더와 KF-X가 연계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와일드캣 4대를 싣고 한국 땅을 밟은 안토노프 An-225
관전 포인트는 또 있다. 와일드캣 4대를 싣고 온 수송기는 세계 최대 항공기 중 하나인 러시아제 안토노프 An-225였다. 1982년 처음 비행한 An-124는 4개의 터보팬 엔진을 사용해 150t의 화물을 싣고 1만5700㎞를 날아갈 수 있다. 동급인 미 공군 C-5A 대형 수송기와 유사하나 조종계통 등 일부 분야에서 앞선 기술이 적용됐다. 비포장 활주로에서도 운용할 수 있으며 전차 수송도 가능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의 군용물자 수송도 맡고 있다. An-124를 개량한 An-225는 우주왕복선 수송도 맡을 만큼 거대하다. 2004년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기로 기네스북에 기록됐다.


1988년 실전배치후 단 1대가 운용중인 러시아의 세계최대 수송기 안토노프 An-225가 우주왕복선을 싣고 비행하고 있다.

와일드캣의 국내 도입 사실이 공개된 것은 13일 국방부 브리핑 때 언론의 질의를 통해서다. 이때까지도 와일드캣 도입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국방부는 마지못해 도착 사실을 시인했다. 이러한 태도는 얼마전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의 부산항 입항 당시 배에서 내리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실시간 공개한 것과 대비된다. 아파치의 경우 국방부 대변인실에서 작성하는 주간홍보계획에도 사전 고지돼 언론의 대대적인 홍보를 유도했다.
일관성 없는 행정의 표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와일드캣

국방부가 이처럼 와일드캣 공개를 꺼린 데는 와일드캣 도입을 둘러싼 검찰의 방산비리 수사로 전직 합참의장이 소환되고, 시험비행 당시 문제가 발견돼 도입 시기가 늦어지는 등 홍역을 치른 것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군 관계자는 “40조원의 예산을 쓰는 군이 무기도입과 관련해 그때그때 다른 모습으로 대응한다면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방위사업청은 14일 오후 “어제 도착한 해상작전헬기 하역과 관련해 사진 및 동영상 자료를 제공하겠다”며 문자메시지를 보낸뒤 자료를 공개했다.

한편 이번에 들여온 와일드캣 4대의 실전 배치 시점은 내년 중반쯤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관계자는 “와일드캣은 현지 수락검사 결과, 작전요구성능(ROC)을 모두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와일드캣은 소나(음파탐지기)만 장착할 경우 3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고, 소나와 어뢰 1발을 장착하면 2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