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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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방통위, 제 식구는 감싸고 기업은 손보고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주무부처 담당 과장이 조사 전날 피감기업 최고경영자를 만난 것이 적절한지를 묻자 방송통신위원회 대변인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이다. 지난 20일 LG유플러스에 대한 단통법 위반 조사를 하루 앞두고 권영수 부회장과 오찬회동을 해 논란을 빚었던 신모 과장을 문책이나 징계조치 없이 다른 부서로 발령낸 것을 보면 방통위의 시각은 ‘문제 없다’는 쪽인 듯하다. 오찬회동이 알려진 후 신모 과장이 대기발령됐던 것에 대해서도 방통위는 ‘징계 차원이 아니었으며, 이번 인사도 수시인사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자의 시각은 이렇다.

김수미 산업부 기자
주무부처 과장이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만나 밥을 먹을 수는 있다. 업계 의견이나 애로사항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만남이라면 색안경을 끼고 볼 이유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오래전에 잡은 약속이더라도, 설령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 하더라도, 해당기업을 조사하기로 한 이상 그 만남은 미루거나 취소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그날 꼭 나가야 했던 이유가 있었을까. 방통위 대변인은 “오래전에 잡은 약속인데 갑자기 못 나간다고 하면 혹시 조사 낌새를 차릴 수도 있지 않나”라고 해명했지만 궁색하게 들린다. 그리고 회동 다음날 LG유플러스는 조사를 거부해 ‘항명 사태’를 일으켰다. LG유플러스가 조사를 거부한 배경을 놓고 경기고-서울대 동창인 최성준 방통위원장과 권 부회장의 인연부터, 신 과장의 LG유플러스 직원 수첩 습득 사건까지 여러가지 추측이 무성하다. 전날의 회동과 조사거부 사태에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나온다.

그런데 방통위는 신 과장과 권 부회장이 왜 만났는지, 만나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와 관련한 조사는 하지 않고(혹은 조사 결과는 밝히지 않고) 전보조치를 했다. 수시인사라고 해명하지만 서둘러 사건을 봉합하려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반면 LG유플러스의 조사 거부에 대해서는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별도조사를 하겠다며 가중처벌까지 거론하고 있다. 내부 단속은 소홀한 채 피감기업에게만 공권력을 앞세워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대목이다. 규제기관의 위신은 몽둥이가 아닌 공정한 법 집행으로 지켜야 한다.

김수미 산업부 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