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과학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예전에는 수심을 재려면 쇠줄에 납덩이를 매달아 배에서 내렸다. 납덩이가 바다의 바닥에 닿았다고 느껴질 때 풀려나간 쇠줄 길이를 재서 수심을 측량했던 것이다. 지금은 음파를 이용해 수심을 잴 수 있는 소나(SONAR)라는 장비를 사용해 배가 항해하면서 자동으로 지나 간 곳의 정밀 해저 지형도를 만들 수 있다. 수심을 재는 원리는 기본적으로 메아리의 원리와 같다. 배에서 발생한 소리가 바다 바닥에서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재서 바닥까지의 거리를 계산하는 것이다. 그뿐이랴. 심해잠수정으로 아무리 깊은 바닷속도 고화질 영상으로 관찰할 수 있고, 인공위성으로 아무리 넓은 바다라도 감시할 수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우리가 바다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일천하며, 우리의 손길이 닿은 바다는 고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아직도 바다의 대부분은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한국해양학회장 |
해양학의 시초는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72년부터 1876년까지 영국의 해양생물학자 찰스 톰슨 경이 이끈 챌린저호 해양탐사를 해양학의 시작으로 본다. 지구 둘레 세 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항해하면서 수심과 수온을 측정하고 해양생물을 채집했다. 이때 약 5000종의 새로운 해양생물이 발견됐다. 탐사 결과는 2만9000쪽이 넘는 50권의 보고서로 발간됐다.
해양학의 연구 대상은 물론 바다이다. 뱃멀미와 거친 파도를 무릅쓰면서까지 우리는 왜 바다를 연구할까. 인류는 바다에 의존하지 않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바다는 우리의 식량창고이자 각종 자원의 보물창고이다. 병을 치료해주는 병원이자 약국이며, 기후를 조절하는 냉난방기이고,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정수기이기도 하고, 전기를 얻을 수 있는 발전소이고, 물을 공급해주는 수원지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 삶의 공간이며, 물류의 교통로가 되고, 레저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놀이터이고, 지구에 최초로 생명체가 탄생한 모든 생물의 고향이기도 하다.
나이 오십이면 하늘의 이치를 깨달아 알게 된다고 해 지천명(知天命)이라 한다. 천명이란 우주 만물을 지배하는 하늘의 원리를 말한다.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때마침 다가오는 7월 2일 우리나라 해양과학 발전에 큰 역할을 해온 한국해양학회가 50주년을 맞는다. 바다의 이치를 깨닫는 지해명(知海命)의 나이라고나 할까.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돌이켜보면 해양과학기술의 기여가 적지 않았다. 조선, 해운·항만, 수산 등 해양 관련 산업이 국가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비록 요즘 조선과 해운이 큰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말이다. 바다를 잘 알아야만 잘 활용할 수 있다. 아는 만큼 사랑한다고 한다. 우리의 바다 사랑도 깊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한국해양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