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당수에 빠진 심청이 용궁에서 부활을 준비하는 한국문화재재단 상설공연 ‘KOREA 심청’의 한 장면. 홀로그램을 활용해 전통무용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배가시켰다.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
지난 23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펼쳐진 한국문화재재단의 상설공연 ‘KOREA 심청; 한국의 소리를 듣다’를 관람한 프랑수아 봉탕 주한 벨기에 대사의 평가다. 이어지는 감상평.
“여러 가지 타입의 전통 예술 요소를 섞어두었더군요. 스크린을 앞 뒤로 두어 무대에 깊이를 준 것은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연주석을 무대 양쪽에 보이도록 배치해 연주자, 공연자가 서로 쳐다보며 공연이 이어지는 데 하나의 공동체처럼 느껴졌어요.”
프랑소아 봉탕 주한 벨기에 대사(앞줄 오른쪽)와 부인 최자현씨가 지난 23일 ‘KOREA 심청’을 관람한 뒤 출연 배우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
그의 말처럼 ‘KOREA 심청’은 판소리, 부채춤, 오고무 등 전통예술를 무용, 드로잉, 홀로그램 등과 결합해 현대적인 감각을 한껏 더했다. 각 장르의 전통예술을 개별적으로 공연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이전의 재단 상설공연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재단은 판소리 심청가에 드라마적인 요소를 더했다 하여 ‘판+드라마’라고 소개했다.
심청이 연꽃을 타고 부활하는 것을 묘사한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용궁의 선녀로 분한 두 무용수가 한참 춤을 추며 그린 그림이 순식간에 색채를 더한 영상으로 바뀐 뒤 연꽃이 떠오르는 배경이 되는 장면은 관객을 움찔하게 할 만하다.
심청이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부녀가 궁궐에서 극적으로 상봉을 하고, 심봉사가 눈을 뜨는 대목이다. 여기서 공연은 창자를 직접 무대에 올려 소리를 들려주며 심청, 심봉사 두 배우가 상황을 연기로 보여준다. 판소리만 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걸 동작으로 설명을 해주는 방식인 셈이다. 관객 중에 외국인이 많은 걸 감안하면 꽤 영리한 장치다.
봉땅 대사는 이 장면이 좋았다며 판소리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개인적으로 판소리를 아주 좋아합니다. 스페인의 플라멩코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어요. 플라멩코는 춤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노래가 많이 들어가죠. 자기 감정을 굉장히 애절하게 표현한다는 점에서 판소리와 플라멩코는 닮았습니다.”
판소리를 국궁과 비교하교, 그것을 또 이성 중심의 서양철학과 대비시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활을 내는(쏘는) 순간 주위 환경, 자신의 집중력 등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판소리를 들을 때도 창자와 주위환경의 조화 같은 걸 느낍니다. 이성을 중심에 놓는 서양철학에서는 의지로 모든 것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국궁이나 판소리처럼) 의지 이상으로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어 함께 해야 가능한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KOREA 심청’은 한국의집 민속극장에서 매일 오후 6시 30분, 오후 8시 30분 두 차례 공연한다. 예매는 한국의집 홈페이지(www.koreahouse.or.kr)에서 가능하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