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헤이버 지음/김형률 옮김/돌베개/1만3000원 |
미국 대학들에 새로운 학습 방식이 도입돼 인기몰이 중이다. 미국의 유명 대학 강의가 온라인으로 실시간 공개되면서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개념이다. 시초는 2011년 스탠퍼드대학에서였다. 유명 컴퓨터공학 수업이 웹사이트에 무료 공개되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대규모(Massive) 공개(Open) 온라인(Online) 수업(Course)의 첫자를 딴 ‘무크’(MOOC) 방식이다. 실제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강의, 토론, 평가와 수료까지를 인터넷으로 섭렵할 수 있다. 스탠퍼드를 시작으로 하버드, MIT(매사추세츠공대), 펜실베이니아(유펜) 등 명문 대학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대학들은 소속 교수들의 질 좋은 강의를 동영상으로 누구나 접하고 소정의 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미국 대학 무크 수업에 전 세계 무려 16만여 명이 폭발적으로 등록해 수강하고 있다. 조만간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확산할 것으로 저자들은 예측한다.
한 학생이 노트북컴퓨터를 통해 온라인 수업인 ‘무크’ 강의를 듣고 있다. |
무크 교육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강의를 자격 제한 없이 무료 접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아무런 차별 없이 유명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매력을 갖는다. 종래 온라인 강의가 상호 소통이 어려운 일방 전달식이었다면 무크는 과제, 토론, 평가, 수료 등 기존 교실 강의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책에는 감동적인 사례들이 다수 실렸다. MIT의 무크 강의를 수료하고 상위 1%에 속하는 성적을 받아든 몽골 고교생은 이를 입학원서에 첨부해 실제 MIT에 진학했다. 이 학생은 미국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음에도 무크를 통해 미리 소정 과정을 수료하고, 실제 대학에 합격했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미국 하버드대학 마이클 샌델 교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하버드대학은 유명 교수들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서비스하고, 과제 제출과 토론을 병행하는 ‘무크’ 수업을 운영 중이다. 돌베개 제공 |
인도 뭄바이의 10대 수강생, 시리아의 피란민 수강생 등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독학으로 무크를 수료했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지역적, 경제적 장벽 때문에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세계의 다양한 인재들이 미국의 고급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면서 “무크는 고급지식과 첨단 정보가 누구에게나 무료로 전달되는 직접적 통로”라고 소개했다. MIT 무크는 150년의 MIT 졸업생보다 더 많은 수강생을 배출했다.
무크 플랫폼 ‘유대시티’(Udacity)를 만든 세바스천 스런도 이 책을 통해 “향후 50년 이내 세계 10개 대학만 살아남아 대학교육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특히 비판자들은 앞으로 기존 대학 교육 체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무크를 둘러싼 이러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책의 번역자 김형률 교수 또한 무크 등장 초기부터 폭발적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온 무크 교육 전문가다.
지난 30년간 미국 대학 등록금은 무려 6배나 올랐다. 학습 의지나 재능에 관계 없이 돈 때문에 양질의 교육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저자는 “무크는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한다. 한국적 현실에서도 적용할 만하다. 값비싼 대학 등록금, 그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학문적 효율과 성취가 대학 문제의 핵심이다. 학위 공장으로 전락한 한국 대학과 무너지지 않는 학벌사회, 교육적 부익부 빈익빈을 넘어 교육의 민주화로 나아가는 데에 무크 개념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양질의 대규모 공개 온라인 수업이라는 개념이 종래 기득권 교육의 뿌리를 뒤흔들고 교육 민주화를 촉발할 것”이라고 했다. 무크 교육이라는 존재가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교육·사회학적 환경을 조성하게 될 것이며, 그 변화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저자들은 자신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