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미 서울지역 주요대학들은 2017년도 수시 입학 정원의 40~50%를 학종으로 선발한다고 밝혔다. 학종의 평가항목인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자소서), 교사추천서 중 학생들이 특히 곤혹스러워하는 건 자소서다. 학생이 직접 자신을 소개하고, 읽는 이를 설득하는 글을 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소서를 잘 쓰면 분명 남들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무기를 가질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15일 숭실대에서 개최한 자기소개서 작성법 설명회에서 발표를 한 광영고 김용택 교사는 “학종을 통해 대학이 뽑고 싶어하는 학생은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니다”며 “학생부가 미처 보여주지 못하는 고교 활동의 동기와 과정, 성과를 자소서로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소서로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해 김 교사의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는 자소서 작성법’을 알아봤다.
지난달 15일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숭실대학교에서 열린 ‘2017 대입 수시 학종 대비 자기소개서 작성법 설명회’에서 김용택 광영고 교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는 고등학생, 학부모, 교사 등 1000여명이 참석해 뜨거운 입시열기를 보였다. 김주영 기자 |
자소서는 학생이 고교 시절 어떤 활동을 했을 때 그 이유와 동기, 과정을 담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지원자가 자신이 선발돼야 하는 이유를 적어 평가자에게 보내는 일종의 ‘마음의 편지’인 셈이다.
김 교사는 자소서 작성을 위해 해야할 준비사항으로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봉사활동, 자기계발활동, 독서 이 다섯 가지를 꼽는다. 이 가운데 자신의 소질이나 적성, 희망에 맞춰 필요한 활동들을 고교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 가령 사회복지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봉사활동과 동아리활동에, 사학과를 지망하는 학생은 역사 서적 독서와 탐구·동아리활동을 중점적으로 하는 등 자신만의 ‘커리어’를 일관되게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 활동만 무작정 많이 해서는 안된다. 자소서와 함께 제출하는 학생부와 교사추천서가 상호연관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 유의하자. 한 예로 영어학과를 지망하는 학생의 자소서에 교내 영어경시대회 수상경력이 적혀있는데 학생부 내신 성적이 영어 4등급이고, 교사추천서에도 관련 내용이 없다면 그 학생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어떤 활동이 자신에게 아무리 큰 의미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학생부와 추천서에 관련된 내용이 함께 들어가야 입학사정관을 설득할 수 있다.
학생부에 기록된 내용을 자소서에 그대로 옮겨 적는 것도 금물이다. 학생부에 적힌 수상경력을 대회명, 수상일시, 수상등급 정도로 적는 경우가 많은데, 그보다 특별히 노력한 과정, 어떻게 준비했는지,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서술해야 한다. 단순하게 사실을 나열하는 게 아닌 느낀 점과 의미를 구체적으로 써야한다는 것이다.
전에는 대학마다 자소서 문항과 분량이 제각각이었지만 최근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만든 3개의 공통문항을 대부분의 대학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학별 자율문항 1개를 포함, 1000∼1500자의 문항 4개로 자소서가 구성되는 추세다. 공통문항은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경험 △고교 재학기간 중 의미를 두고 노력한 교내활동 △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등을 실천한 사례와 느낌 등이다. 대학별 자율문항은 주로 지원동기나 졸업 후 진로 계획 등을 묻는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별 자율문항이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묻는 질문인 만큼 집중해서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각 대학 홈페이지의 학과 안내란에서 자율문항이 어떤 자질을 요구할지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국어국문학과는 역사 전반에 대한 지식이나 우리말과 글에 대한 흥미를, 정치외교학과는 국내외 정치현상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능력, 소통능력, 리더십, 외국어능력 등을 살필 것이다. 의예과는 인간 존중과 배려 및 봉사정신, 원칙준수와 책임감, 상호존중과 협동정신 등을, 화학과는 인내와 끈기, 자연과학에 대한 흥미, 창의력과 연구자로서의 윤리 등을 중점적으로 볼 것이다.
김 교사는 △학생부 평가요소 관련 활동 추출 △추출한 자료 한 장에 모으기 △우수한 활동의 개요짜기 △개요를 연결해 자소서 완성 등 4단계에 걸친 자소서 작성 방법을 제안한다. 먼저 대학의 자소서 평가요소를 살펴보자. 많은 대학이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 인성 등 4가지 요소를 학종 서류평가 기준으로 쓰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 중엔 건국대, 경희대, 서울여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 6곳이 이 기준을 쓴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학생부의 인적사항, 학적사항, 출결상황, 수상경력,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독서활동상황 등 여러 영역 중 자신에게 맞는 대학별 평가요소를 체크해 내용을 따로 뽑아 놓는다. 이후 자소서의 각 문항에 맞게 추출한 내용들을 각각 모은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거나 의미있는 활동을 뽑아 시기, 동기, 내용, 에피소드, 느낀 점 등을 표로 만들어 개요를 짠다. 마지막으로 개요들을 연결해 자소서를 완성한 뒤, 퇴고를 반복한다. 1000자짜리 문항의 경우 1200∼1300자로 작성한 뒤 여러 차례 읽으면서 999자로 줄이는 것이 좋다.
현재 고교 1, 2학년 학생들은 남은 기간 동안 자신의 적성과 희망 등을 고려해 목표 대학과 학과를 설정해야 한다. 해당 학과에 맞는 활동들을 계획해 담임교사에게 제출하고, 대화를 통해 자신의 진로와 활동을 꾸준히 설명해줘야 한다. 학교생활 내내 지속적이고 자발적으로, 다양하고 충실한 활동을 해야 하고 개인 활동을 첫 줄에 기록해야 함을 명심하자. 3학년 학생들은 학생부가 닫히는 8월31일까지 독서를 최대한 많이 하는 것을 추천한다. 교과학습발달상황, 독서활동상황은 1학기까지의 자료가 온라인으로 제공되므로 책을 읽고 담임교사를 찾아가 써 달라고 해야 한다. 특히 교과학습발달상황 중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관심영역이 매우 중요하다.
한 가지 유의해야할 점은 공인어학성적이나 교외 수학, 과학, 외국어 대회 수상실적을 적을 경우 해당 자소서가 0점 처리된다는 것이다. 다만 국어경시대회, 예체능대회, 교육감표창장 수상실적, 외부 봉사활동 실적은 교외 활동이지만 자소서에 적어도 된다.
김 교사는 “대학에서 원하는 학생은 발전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라며 “학교에서 공부와 여러 활동을 열심히 한 학생은 도전정신과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길렀기 때문에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